송운스님 법어/♣ 禪을 즐겨라

禪을 즐겨라 - 공안집에 가장 많은 법거량 등장

아산 보문사 2016. 12. 9. 12:54

공안집에 가장 많은 법거량 등장

선을 즐겨라 33-제2편 선승과 공안

 

 

암주가 주먹을 세워 들자
 "물이 얕아 배 세울 곳 못돼"

한 번은 조주의 시자 중 한 승이 선사의 옆에 시좌(侍座)하고 있었다. 선사가 불을 가리켜 “이것은 불, 그대는 불이 아니다. 이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시승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선사가 이번엔 불을 집어 올리며 “어떠냐, 알았느냐?”고 묻자 시승이 이번에도 “모르겠습니다.”하였다. 선사는 “그대는 내 곁에 있어도 틀렸으니 서주의 투자(投子)한테 가보라. 그 곳에 인연이 있다면 돌아올 필요 없다. 쭉 그곳에서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 만약 인연이 서로 맞지 않는다면 또 다시 돌아와도 좋으리라.”고 친절히 지도했다. 시승은 스승이 가르쳐 준대로 투자선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투자: 어디서 오느냐?
시승: 조주선사의 문하에서 왔습니다.
투자:조주선사가 뭐라 말한 것이 있더냐?
이에 시승은 스승과 있었던 얘기를 전해줬다.
투자: 너는 대체 그것을 알고 있는가, 어떤가?
시승: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가르치심을 받고자 합니다.
투자: (선상에서 내려와 세 걸음 앞으로 나와) 이제는 알았는가?
시승: 모르겠습니다.
투자: 그렇다면 재차 조주선사의 곁으로 돌아가 이 일을 물어보라.
시승은 할 수 없이 또 조주의 곁으로 돌아왔다. 조주가 물었다. “투자 밑에 있으면서 알았느냐?” “역시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투자도 가르치기는 했을 것이지만 뭐, 할 수 없군. 한층 더 열심히 수행함이 좋겠다.” 그리곤 조주는 시승의 수행을 독려했다.

조주는 당의 건녕(乾寧)4년 11월 2일 세수 120세로 천화했다. 진제대사(眞際大師)란 시호를 받았다. 법사로는 엄양보신(嚴陽普信) 광효혜각(光孝慧覺)등이 있다.

조주구자(趙州狗子)

한 스님이 조주화상에게 묻되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하니 “없다.”고 이르셨다. “준동함영(蠢動含靈)이라, 모두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개는 왜 없습니까?” 화상이 이르되 “달리 업식성(業識性)이 있기 때문이다.”했다. 또 한 스님이 화상에게 묻는다. “개는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화상이 답하길 “있다.” “있다면 어째서 피대(皮袋)속에 들어가 있습니까?” 화상이 이르되 “알기 때문에 더욱 범(犯)한다.” 했다. 《종용록》 제18 《무문관》 제1

조주칠근포삼(趙州七斤布衫) [조주만법귀일 趙州萬法歸一]

한 스님이 조주화상에게 물었다. “우주의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조주화상이 답했다. “나는 청주에 있을 때 베 적삼 하나를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근이었지.” 《벽암록》 제45

  
▲ 삽화=강병호 화백


정전백수(庭前柏樹) [조주백수 趙州柏樹]

한 스님이 조주화상에게 물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 조주화상 이르되 “뜰앞의 잣나무다.” 스님이 말하길 “경계를 가지고 학인을 가르치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하니 조주화상은 “내 경계를 두고 학인을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스님이 또 말하길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 조주화상 말하되 “뜰 앞의 잣나무다.”
어느 날 법안스님이 각철자(覺鐵子 고집센 혜각을 말함)에게 물었다. “조주스님 말에 ‘정전의 백수자’란 것이 있다 하는데 그것이 맞는 말인가, 틀린 말인가?” 각철자 말하길 “선사는 그런 말 한 적 없다. 선사를 헐뜯는 일 말라.” 법안이 말했다. “진짜 사자새끼로다. 잘도 사자후한다.” 《무문관》 제37

조주감파(趙州勘婆) [태산파자 台山婆子]

태산 가는 길가에 한 노파가 있었다. 스님들이 태산가는 길을 물으면 으레 노파는 ‘곧장 가시오.’하고 대답했다. 스님이 몇 발짝 움직이면 노파가 불러 “점잖은 스님, 어디로 가는 거요?”하고 물었다. 후에 스님이 이 사실을 조주스님에게 얘기한 즉 조주스님이 말하길 “가만히 있어. 내가 그대를 위하여 그 노파를 감정해 보리라.”하고 이튿날 가서 역시 위와 같이 물으니 노파의 답이 똑같다. 조주스님이 돌아와서 대중에게 말하길 “태산 할머니를 내가 그대를 위하여 감정했노라.”하였다. 《무문관》 제31 《종용록》 제10

조주초생해자(趙州初生孩子) [조주해자육식 趙州孩子六識]
한 스님이 조주화상에게 “갓난 애에게도 6식이 있습니까, 없습니까?”하고 물었다. 조주화상은 “급한 물살 위에 공[毬]을 던지게.”하고 대답했다. 이를 이해 못한 스님은 훗날 투자화상에게 다시 물었다. “급한 물살 위에 공을 던지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투자화상은 “염(念)마다 멈추지 않고 도도히 흘러가는 것이라네.”라고 대답했다. 《벽암록》 제80

주감암주(州勘庵主)
조주선사가 한 암자에 가서 주인에게 묻되 “있느냐, 있느냐?” 암주가 나와 주먹을 세워 들자 선사 가로되 “물이 얕아서 배를 세울 곳이 못된다.”고 돌아갔다. 다시 다른 암주를 찾아서 “있느냐, 있느냐?”하니 역시 그 암주도 주먹을 들었다. 선사 가로되 “능통능난하고 살활자재하다.”며 칭찬했다. 《무문관》 제11

조주지도무난(趙州至道無難)
조주가 대중에게 말하길 “지도무난이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 다만 ‘지도’는 차별을 꺼릴 따름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말로 이상의 도리를 나타내려 한다면 그것은 곧 상대다 절대다 하는 차별의 견해에 빠지게 되므로 나는 그런 절대의 경지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 그런데 너희는 어떠냐. 그런 걸 신중히 여기느냐 그렇지 않느냐?” 이 때 한 스님이 “화상께선 이미 절대의 경지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또 무엇을 소중히 여긴단 말입니까?”하고 물었다. “모르겠다.” 그러자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화상께서 모른다고 하실 정도면 어째서 조금 전 절대의 경지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까?” 조주화상은 제법 날카로운 공격에 그저 이렇게만 말했다. “자넨 제법 이론을 좋아하는군. 그만 했으면 됐네. 자, 이제 절이나 하고 물러가시게.” 《벽암록》 제2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