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스님 법어/♣ 禪을 즐겨라

禪을 즐겨라 - 天性禪을 안고 태어난 대법기

아산 보문사 2016. 11. 19. 16:24

天性禪을 안고 태어난 대법기

선을 즐겨라 30-제2편 선승과 공안

 

 

운암화상유야(雲巖和尙有也) [백장문운암 百丈問雲巖]

백장화상이 또 운암에게 묻는다. “인후진문(咽喉唇吻)이 함께 없는데 무엇으로 말하리?” 운암이 “백장화상께선 다 없애 버리신 줄로 알았는데 아직 목과 입이 남아 있습니까?”했다. 그러자 백장화상은 “그 따위 소리하면 우리 법이 끊어진다.”고 말했다. 《벽암록》 제72

운암대비수안(雲巖大悲手眼) [운암문도오수안 雲巖問道吾手眼] [운암대비 雲巖大悲]

운암이 도오에게 물었다. “대비보살들의 그 많은 수안을 다 어디에 쓸까요?” 도오가 답하길 “한 밤중에 베개를 놓쳤을 때 더듬어 찾는 것과 같다.” 운암이 “잘 알겠습니다.”하니 도오가 말하길 “그래 어떻게 알았는가?”하였다. 운암이 “온 몸에 두루 손과 눈이 있다는 거죠.” 도오가 “네 말이 제법 그럴 듯 하다만 아직 안되겠다.”고 말하자 운암이 물었다. “그럼 사형께서는 어떻다는 것입니까?” 하니 도오가 “ 온 몸이 그대로 손과 눈이지.”하고 대답했다. 《벽암록》 제89 《종용록》 제54

운암소지(雲巖掃地)

운암이 마당을 쓸면서 도오에게 말했다. “변변하지 못한 삶.” 도오가 말하길 “모름지기 변변치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라.” “어쩌면 제 근원이 있으리까.” 운암이 빗자루를 들며 말하자 “이 같은 일 그 몇 달 째인가.” 《종용록》 제21

38. 황벽희운(黃檗希運 ?~850 南嶽下)

 백장 : 무슨 일로 왔는가?
 황벽 : 별 것 아닌 일로 왔다.

황벽희운은 복주민현(福州閩縣) 사람이다. 어릴 적에 홍주(洪州)의 황벽산에서 출가했다. 장성하자 키가 일곱 자에 이르렀고 이마엔 원주(圓珠)가 새겨져 있어 천성선(天性禪)을 안고 태어났다고 전기에는 기록돼 있다. 출가한 뒤 천태산에 있다가 다시 경사(京師)에 유학했다. 여기서 다른 사람의 계발(啓發)을 받아 백장회해를 뵙고 이윽고 그의 법을 이었다.
황벽이 처음 천태산에 갔었을 때의 일이다. 도중에서 한 스님과 길동무가 되었다. 눈이 날카로운 이상(異相)의 스님이었다. 두 사람은 마치 옛친구처럼 서로 담소하면서 걷다가 개울을 건너게 되었다. 마침 큰 비가 있었던 듯 물이 불어 건너갈 형편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황벽은 삿갓을 벗고 지팡이를 세워 한 숨 쉬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스님은 황벽의 손을 잡아 이끌며 건너자고 종용했다. 황벽이 “이 거센 물살을 건널 수 있을까 보냐. 만약 건널 수 있다면 자네부터 먼저 건너보라.”고 하자 그 스님은 옷을 걷어 붙이고 파도 위를 평지 걷듯이 건너가기 시작했다. 개울 가운데쯤까지 갔을 때 황벽을 뒤돌아보곤 “건너오라, 건너오라.” 재촉했다. 황벽이 “이 바보 중아, 네가 괴물인 줄 알았다면 네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놓는 건데 분하기 짝이 없다.”며 고함을 쳤다. 황벽으로부터 욕지거리를 들은 스님은 “그대는 참된 대승의 법기이다. 내가 미치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그 스님의 자취는 온데간데 없었다.

  
▲ 삽화=강병호 화백


황벽이 백장과 상견할 때의 모습이 재미있다.
백장: 위위당당(巍巍堂堂)하게 어디서 왔나?
황벽: 위위당당하게 영중(嶺中)에서 왔습니다.
백장: 무슨 일로 왔는가?
황벽: 별 것 아닌 일로 왔습니다.
백장은 겨우 이 정도의 문답만으로도 황벽이 예사롭지 않은 걸물임을 꿰뚫어 보았다.
다음 날 황벽은 백장에게 하직인사를 올렸다.
백장: 어느 곳으로 갈 것인가?
황벽: 강서(江西)의 마조대사를 예배하러 갑니다.
백장: 마조대사는 이미 천화(遷化)해 가셨다.
황벽: 나는 특지(特地)에 가서 예배하고자 합니다. 본래 복연천박(福緣淺薄)하여 뵈올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에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알고자 하니 바라건대 거시(擧示)를 듣고자 할 따름입니다.

백장은 마조대사에게 다시 간 인연을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
“마조대사가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불자(拂子)를 바로 세웠다. 내가 묻기를 ‘이는 용(用)에 맞는 것입니까, 용에 틀리는 것입니까?’하니 마조대사가 불자를 선상(禪床)의 모퉁이에 걸어놓고 한동안 침묵했다. 그리곤 도리어 나에게 물었다. ‘너는 이후에 입을 놀려서 어떻게 남들에게 법을 설하겠느냐?’ 이에 나는 불자를 들고 바로 섰다. 마조대사가 ‘이는 용에 맞는 것이냐, 용에 틀리는 것이냐?’ 마조대사의 물음에 나는 불자를 원래의 선상에 걸어 놓았다. 바로 그때 마조대사의 우레같은 할이 떨어졌다. 나는 그로부터 3일간 귀머거리가 되었다.”
이 말을 들은 황벽은 두려워하며 심히 놀랐다. 그러자 백장이 말하길 “그대는 앞으로 마조대사에게 승사(承嗣)될 일이 없으리라.”하였다. 황벽은 "오늘 선사에 의해 마조의 대기대용(大機大用)을 보게 되었습니다. 만약 마조에게 승사되면 다른 날 내 제자를 잃게 될 것입니다."고 대꾸했다. 백장은 이런 황벽을 그 자리에서 칭찬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또 어느 날 다음과 같은 문답이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졌다.

황벽: 지금까지의 종승(宗乘)을 지시하는 것이 어떠합니까?
(백장이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황벽: 다음 사람을 위해서 단절해 버려서는 안됩니다.
백장: 마땅히 그대는 나와 같은 생각을 했겠지?
백장은 말을 마치고 방장으로 돌아갔다.
또 어느 때 백장이 황벽에게 ‘어디 갔다 왔는가?’고 물었다. 황벽은 ‘대웅산(大雄山)에 버섯따러 갔다 왔다’고 답했다. 백장은 거듭 ‘대웅산 밑에 큰 벌레(호랑이를 지칭함)는 없었는가?’고 물었다. 황벽은 이에 ‘어흥’하며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흉내내었다. 백장이 도끼를 들고 호랑이를 치는 흉내를 하니 황벽이 갑자기 철석 때렸다. 그랬더니 백장은 가가대소(呵呵大笑)하면서 방장으로 돌아갔다. 그날 백장은 상당해 대중에게 말했다.
“대웅산 밑에 한 마리의 큰 벌레가 있다. 대중들은 잘 봐둬라. 내가 오늘 그 큰 벌레와 마주쳤다. 아차, 한 고비에서 그 큰 벌레에게 한 입에 잡아먹힐 뻔했다.”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