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스님 법어/♣ 禪을 즐겨라

禪을 즐겨라 - 북방에 남돈의 현풍 크게 진작

아산 보문사 2016. 12. 9. 12:53

북방에 남돈의 현풍 크게 진작

선을 즐겨라 32-제2편 선승과 공안

 

 

적도정병(趯倒淨甁)
위산화상이 처음 백장화상의 문하에 있으면서 전좌에 이르게 된다. 백장은 곧 대위산의 주인을 고르고자 제1수좌인 화림과 함께 하문하여 합격한 자를 보내기로 했다. 백장은 정병을 들어 땅바닥에 놓고 문제를 냈다.
“정병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너는 무엇이라고 부르려느냐?”
제1수좌가 답하기를 “목돌이라고 부르지는 못할 것입니다.”
백장이 이번엔 위산에게 물었다. 위산이 이에 정병을 차서 넘어뜨리고 갔다. 백장화상이 웃으며 이르되 “제1좌는 위산에게 졌다.”했다. 이로써 위산으로 하여금 개산주(開山主)로 삼았다. 《무문관》 제40

위산청화상도(潙山請和尙道) [위산시립백장 潙山侍立百丈]
어느날 위산(潙山) 오봉(五峰) 운암(雲巖) 셋이 백장을 모시고 곁에 시립해 있었다. 백장이 먼저 위산에게 말했다.
“인후진문(咽喉唇吻)이 모두 없는데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
위산은 “도리어 스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하고 받았다. 그러자 백장화상은 “내가 말해주기는 쉬우나 그랬다간 법이 쇠퇴해 버릴게다.”하고 말했다. 《벽암록》 제70


앙산삽추(仰山揷雛)
위산(潙山)이 앙산(仰山)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앙산이 말하길 "밭에서 왔습니다." 위산이 "밭에는 사람이 많은가, 적은가?" 앙산이 괭이를 땅에 꽂고 팔장을 하고 섰다. 위산이 "남산에 많은 사람들이 풀을 베는구나."했다. 앙산은 괭이를 집어들고 갔다. 《종용록》 제15

위산업식(潙山業識)
위산이 앙산에게 물었다. "곧 사람이 있어 일체중생이 단지 업식망망(業識茫茫)하여 의지할 곳의 유무(有無)를 묻는다면 제자는 무엇으로 증명할꼬?" 앙산이 말하길 “만약 중이 오는 일이 있다면 곧 불러서 나는 물어보리다. 승수(僧首)를 돌리면 그것이 무엇이냐고? 그가 의의(擬議)하는 것을 기다려서 말하리. 그저 업식망망할 뿐만 아니다. 또 의지할 곳이 없다.” 위산이 말했다. “좋을시고.” 《종용록》 제37

도오간병(道吾看病)
위산이 도오에게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는가?” 도오가 말하길 “간병하러 왔습니다.” 위산이 “몇 사람이 앓고 있는가?” 하니 도오는 “병자와 병자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했다. 위산은 “병자 아닌 사람은 바로 이 지두타(智頭陀)가 아니겠는가?”하니 도오가 말하길 “병과 부병(不病)은 모든 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빨리 말해 보시오. 말해 보시오.”하니 앙산이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거래 없음이로다.”했다. 《종용록》 제83

40. 조주종심(趙州從諗 778∼897 南嶽下)

조주관음원(趙州觀音院)의 종심선사(從諗禪師)는 산동성의 조주 학향 사람이다. 속성은 학씨로 어릴 적에 호통원(扈通院)에서 삭발했다. 그가 정식으로 불계를 받기 이전 지양(池陽)으로 가서 남전(南泉)화상을 찾아뵙게 되었다. 남전은 그가 찾아왔을 때 몸을 옆으로 해서 쉬고 있었는데 어린 중을 보고 누운 채 물었다.

남전: 어디서 왔는가?
조주: 서상원(瑞像院)에서 왔습니다.
남전: 상서로운 모습(瑞像)을 보았는가?
조주: 서 계신 부처님은 보지 못하고 다만 누워계신 여래를 봤습니다.
이 대답을 듣고 남전은 조금 놀란 듯 일어나서 되물었다.
남전: 그대는 유주(有主 스승이 있는)의 사미인가, 무주의 사미인가?
조주: 유주의 사미입니다.
남전: 누가 너의 주인인가?
조주: 정월이라 날씨가 차가우니 바라옵건대 스승께서는 존체만복하소서.

  
▲ 삽화=강병호 화백


남전화상은 이 어린 사미의 뛰어난 소질을 꿰뚫어보고 제자로서 입실을 허락하였다. 이렇게 해서 남전화상 문하에서 면학정진하고 있는데 어느 날 스승인 남전화상이 “도의 도리는 어떠한가?”라고 물었을 때 ‘평상심(平常心)이 도’라는 훌륭한 대답으로 스승을 흡족케 했다.

 황벽이 방장의 문을 닫자
 조주 "불이야, 불이야" 고함

조주는 수업을 채 마치기 전에 남전의 문하를 떠나서 황벽 보수 염관 협산등을 역방한 일이 있었다.
황벽선사에게 갔을 때의 일이다. 황벽은 조주가 오는 것을 보고 방장의 문을 닫았다. 그러자 조주는 불을 들고 법당에 올라가 “불이야, 불이야”하고 고함을 쳤다. 방장에서 뛰어나온 황벽은 조주의 멱살을 잡고 “말하라, 말하라”고 다그쳤다. 조주는 “도적이 지나고 활을 당긴다”는 말을 남기고 재빨리 나가버렸다.
보수선사가 있는 곳에 갔을 때는 보수가 조주가 오는 것을 보고 선상(禪床)위에서 뒤로 돌아 앉아 있었다. 조주가 방석을 깔고 보수에게 예배하자 보수는 선상에서 내려와 법당 밖으로 나갔다.
도오선사에게 갔을 땐 도오가 “남전의 한 화살대가 왔구나.”하니 조주는 “화살대를 봐라.”하고 인사했다.
수유선사가 있는 곳에 갔을 땐 조주는 법당 위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슬쩍 지나갔다. 선사가 “무엇을 하는가?”고 물으니 “물을 찾는다.”고 대답했다. 선사가 “여기는 한 방울의 물도 없다. 바보짓 하지 말라.”고 하니 조주는 지팡이를 가지고 벽에 기대어 법당을 내려갔다.
조주가 어느 때 오대산으로 가고자 길을 나선 일이 있었다. 길 걸음 도중에 한 대덕이 게를 지어 조주의 오대산행을 말리고자 했다. “어느 곳이건 청산도량 아닌 곳이 없다. 왜 지팡이를 세워 모름지기 청량(淸凉)을 사례하는 것을 하지 않는가? 운중(雲中)에 만약 금털(金毛)이 나타나는 일이 있다 해도 정안(正眼)으로 볼 때는 길상이 아니로다.” 대덕의 이 게에 조주는 곧 “그것이 정안인가?”라고 반문하니 대덕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조주 관음원의 청을 받아 법당(法幢)을 세운 조주는 사방에서 모여드는 운수를 받아들여 북방에 남돈의 현풍을 떨쳐 일으켰다. 조주의 문풍을 듣는 자는 송연(悚然)히 신복(信伏)했다.
어느 때 선사가 동사(東司 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보고 있을 때 시자 문원(文遠)이 마당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급히 불러 세웠다. 문원이 “예‘하고 걸음을 멈춰 시립하고 서있자 조주는 ”동사 안에서는 너에게 불법을 말할 수 없겠군.“하고 말했다. 또 어느 땐 문원이 법당에서 불상에 예배하는 것을 보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고 물었다. 문원이 ”예배하고 있습니다.“하니 ”예배해서 무엇 하는가?“고 재차 물었다. 문원은 ”부처님께 예배하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고 대답하니 조주는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게다.“고 말하곤 돌아서 나갔다.
또 어느 때 한 제자가 조주의 초상화를 그려 와서 바쳤다. 이것을 본 조주는 “이 초상은 나를 닮았는가, 닮지 않았는가? 만약 나를 닮았다면 이 노승을 때려 죽여 버리는 것이 좋겠다. 만약 또 나를 닮지 않았다면 불태워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제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물러났다.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