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스님 법어/♣ 禪을 즐겨라

禪을 즐겨라 - 황벽 선사 법 잇고 임제종 열어

아산 보문사 2017. 1. 4. 11:40

황벽 선사 법 잇고 임제종 열어

선을 즐겨라 35-제2편 선승과 공안



권학게(勸學偈)
만장간두미득휴 萬丈竿頭未得休
당당유로소인유 堂堂有路少人遊
선사원달남천거 禪師願達南泉去
만목청산만목추 滿目靑山萬目秋

남전천화(南泉遷化)
장사의 잠선사가 수(秀) 수좌로 하여금 묻게 하여 말씀하였다. “남전선사께서 천화하신 후 어디로 갔을까요?”
선사가 말씀하셨다. “석두(石頭)화상이 사미일 적에 6조를 뵀다.” 수가 말하길 “사미일 때를 불문하고 남전천화하신 후 어디로 갔을까요?” 선사 말씀하시되 “그로 하여금 심사(尋思 마음을 차분하게 하여 사색함)하고 가게 했다.” 수가 말하되 “화상스님, 천자의 한 송이 있다 해도 가지를 뽑지 않고는 석순(石筍)이 없습니다.” 이에 선사가 잠자코 있었다. 수는 화상의 답화(答話)에 감사했다. 화상 역시 말이 없었다. 수가 다시 삼성(三聖)에 거사했다. 성 말하되 “만약 실로 그렇다면 임제보다 더 낫기가 7보이며 더욱 그러하다. 내일 다시 묻겠다. 전해 듣는 바 화상이 어제 남전천화의 일칙화(一則話 불조나 조사의 언행 가운데 수행에 참고가 되는 짧은 이야기)에 답하여 ‘광전절후(光前絶後)’라 하였다. 옛날부터 드문 일이다.” 이에 선사는 역시 말이 없었다.

장사방초낙화(長沙芳草落花) [장사일일유산 長沙一日遊山]
장사화상이 하루는 산놀이 갔다가 돌아와 문 앞에 이르자 수좌가 “화상께선 어딜 다녀오십니까?” 물었다. 장사화상은 “산에 좀 올라갔다 왔지.”답하니 수좌가 또 “어느 산에 다녀오셨습니까?”고 물었다. 장사화상은 “처음에는 향긋한 봄풀을 따라 갔다가 다시 떨어지는 꽃잎을 쫓아 돌아왔지.”하고 대답했다. “봄기운이 풍깁니다.” 수좌가 받아 말하자 “그래도 시든 연잎에 가을 이슬이 떨어지는 쓸쓸함 보다는 낫다네.”하고 장사화상은 대답했다. 《벽암록》 제36

42. 육항대부(陸亢大夫 ?~? 南嶽下)

자는 경산(景山). 소주(蘇州)사람이다. 남전보원으로부터 법을 이었다. ‘불조통기(佛祖統記)’에 의하면 당 문종황제 대화 8년 12월 남전보원선사가 마조도일선사를 뵙고 남전에 돌아와 있을 때 육항이 선사를 군아(郡衙)로 모셔 제자의 예를 다하고 있었다.(남전의 항 참조)
어느 때 육항이 주사위 놀이를 구경하고 있다가 말을 가리켜 “이렇게 하든 이렇지 않든 색깔대로 나올 때는 어떻게 합니까?”하고 남전에게 물으니 남전은 말을 집어 들고 “후골두 화채 목 18(後骨頭 花彩 目 十八)”하고 답했다.

  
▲ 삽화=강병호 화백


육항천지동근(天地同根) [남전여몽상사 南泉如夢相似]
육항대부가 남전화상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육항이 말했다. “조법사15)(肇法師 승조대사를 일컬음)가 ‘천지와 나는 같은 근원에서 나온 것이고 만물과 나는 하나의 것이다’라고 했는데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남전화상은 문득 뜰 앞에 피어있는 꽃을 가리키며 “대부”하고 부르곤 “세상 사람들은 이 한그루의 꽃을 꿈결처럼 바라보고만 있지.”하고 말했다. 《벽암록》 제40 《종용록》 제91

43. 임제의현(臨濟義玄 ?~867)

진주임제(鎭州臨濟)의 의현선사(義玄禪師)는 조주 남화 사람으로 속성은 형(邢)씨이다. 어릴 적에 출가하여 처음엔 율(律)을 배웠다. 다음에 경론(經論)을 찾았으나 그 어느 것에도 안주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는 황벽희운(黃檗希運)선사에 의탁해 선을 닦았다. 이윽고 그 법을 이어받아 5가7종중 으뜸이라 할 임제종의 종풍을 열었던 것이다.
황벽선사의 문하에 있어서의 수행은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임제록에는 이때의 수행모습을 ‘행업순일(行業純一)하다’고 적고 있다. 행업순일한 진면목으로 오직 외길의 수행 쌓기를 3년. 공부에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때마침 여기에 관심을 두고 있던 수좌 목주(睦州)가 임제를 보고 황벽화상 방에 가서 “불법의 대의(大義)는 무엇인가?”물어보라고 권했다. 목주의 말대로 임제는 순진하게도 황벽화상의 방문을 열었다. ‘불법의 대의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묻기도 전에 임제는 황벽화상에게 몹시 얻어맞았다. 목주는 화상의 매를 맞고 의기소침해져 있는 임제를 격려하면서 사흘 동안 계속해서 입실케 했다. 그 결과는 참으로 황당했다. 아무 것도 얻는 바 없이 세 번 묻고 세 번 맞았을 뿐이다. 임제는 심사숙고한 끝에 황벽화상 곁을 떠날 각오를 다졌다. 임제는 이렇게 결심하곤 목주에게로 갔다. “다행히도 제가 수좌의 자비를 입어 화상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세 번 묻고 세 번 맞는 것에 그쳤습니다. 인연이 없어 깊은 뜻을 받들지 못하게 됨이 스스로 한스러워 지금 물러갈까 합니다.”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목주수좌는 “그대 가더라도 화상에게 작별인사만큼은 하고 떠나라.”고 이르곤 재빨리 황벽화상에게 가서 말씀드리길 “그 젊은이는 장래성이 있습니다. 만약 작별인사를 하러 오면 방편을 생각해서 만나주십시오. 앞으로 수행이 더해지면 대성할 것이 분명하며 세상을 구제하는 큰 인물이 될 것입니다.”고 했다.
이윽고 작별인사를 하러 온 임제를 보고 황벽선사는 다른 곳에 가지 말고 대우화상(大愚和尙)을 추천하며 그곳으로 가라고 당부했다. 임제는 황벽선사가 말 한대로 대우선사의 곁으로 갔다.
대우: 어디서 왔는가?
임제: 황벽화상 문하에서 왔습니다.
대우: 황벽화상에게 무슨 지도를 받았는가?
임제: 제가 불법의 대의는 무엇인가를 세 번 물었다가 세 번 모두 얻어 맞았습니다. 저에게 어떤 잘못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우: 황벽화상은 노구의 친절심으로 그대에게 정성을 다하여 가르쳤는데 어찌 여기에 와서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법이 어디 있는가?
임제는 대우화상의 이 한 마디를 듣고 그 자리에서 크게 깨달았다.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