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배우기/♣ 법문

인연

아산 보문사 2017. 5. 19. 14:31




인연(因緣)


세상 모든 것은 다만 인연(因緣)따라 왔다가 가는 것입니다. 홀로 독립된 실체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인연(因緣)을 다른 말로 연기(緣起)라 합니다. 연기는 인연생기(因緣生起)를 줄여서 말한 것으로, 무수한 원인에 의해서 결과가 생기는 원리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존재는 여러 자기 조건, 곧 인연에 의해서 잠정적으로 그와 같은 모습으로 성립되는 것입니다. 연기설은 불교의 중심사상으로 모든 현상계의 이치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연기법에 의해 모든 현상들은 생성, 변화, 발전, 소멸하는 것입니다. 연기의 법칙을 빼고는 불교를 논할 수 없을 만큼 연기설은 중요한 교리입니다.

 

이 세상은 인연 따라 만들어지고 인연 따라 소멸하는 인연생기의 법칙에 따라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움직이는 법칙이 바로 인연과보의 법칙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연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 유정 무정 어느 존재라도 인연의 법칙에서 예외인 존재는 없기 때문입니다. 내 앞에 펼쳐진 그 어떤 인연이라도 그것은 내가 스스로 만들었고 스스로 받는 것일 뿐입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 하나 조차 정확히 떨어져야 할 곳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신의 인연은 정확히 그 자리에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인연에 내 잣대를 가지고 온갖 좋고 싫은 분별을 일으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면 애착하여 더 잡으려고 애를 쓰고, 싫은 인연을 만나면 애써 버리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런 인연의 흐름이 나의 어리석은 분별력으로 매우 힘들게 작용 할 수 있습니다.

 

시절 인연 - 시절인연(時節因緣)

불가 용어에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과의 만남도, 일과의 만남도 소유물과의 만남도, 깨달음과의 만남도, 유형무형의 일체 모든 만남은 모두 때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시절인연이 무르지 않으면 지천에 두고도 못 만날 수 있고, 아무리 만나기 싫다고 발버둥을 쳐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또한 깨달음과의 만남도 그 때가 있는 법입니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물 때문에 속상해 하거나 인간관계 때문에 섭섭해 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한 번 맺은 인연 좋은 인연으로 살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다음 생에 악연을 만나지 않고 좋은 인연 만나려면 소중한 인연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모든 마주침은 다 제 인연의 띠가 있는 법입니다.

 

그 인연의 흐름을 거스르려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우주적인 질서입니다. 만날 사람은 꼭 다시 만나게 됩니다. 다만 아직 인연이 성숙하지 않았을 뿐 만나야 할 일도, 만나야 할 깨달음도, 인연이 성숙되면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에 의해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집니다.”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연의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나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남을 해치고 손해를 끼치면 당연히 악연을 일으키게 될 것이며, 나와 남을 함께 생각해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좋은 인연이 자연스레 따르게 마련입니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인연이라는 주제의 시 두 편을 소개합니다.


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 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은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은 그 살감을 잊지 못한다는 것이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가다가 달려오면 잡아달란 증거요,

뛰다가 전봇대에 기대어 울면,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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