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스님 법어/♣ 禪을 즐겨라

禪을 즐겨라 - 대의 세 번 묻고 세 번 두들겨 맞아

아산 보문사 2017. 1. 21. 13:26

대의 세 번 묻고 세 번 두들겨 맞아

선을 즐겨라 37-제2편 선승과 공안



삼성 혜연에게 유촉하기를
 "내 죽은 뒤 정법안장 멸하지 않게"
 임제 질문에 삼성이 할하자
 "눈 먼 나귀한테 정법안장이 멸각할 줄이야"

임제파하(臨濟破夏)
임제 스님이 어느 해 여름 황벽산에 올랐다. 황벽 화상이 경을 보시는 것을 보고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저 사람을 훌륭한 선승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검은 콩이나 주워 먹는 노스님일 뿐이구나.”
임제 스님이 며칠 묵었다가 떠나려 하는데 황벽 화상이 말했다.
“자네는 여름 안거의 규칙도 지키지 않고 안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느냐?”
임제 스님이 되받아 “저는 잠깐 스님에게 문안들이고자 왔을 뿐입니다.”했다. 황벽 화상은 이런 임제를 바로 후려쳐 돌아가게 했다. 임제 스님은 몇 리(里)가다가 이 일을 의심하고 되돌아와 여름 안거를 마쳤다.
어느 날 임제 스님은 황벽 화상 곁을 떠나고자 했다. 황벽 화상이 묻기를 “어디로 갈 것인가?” 임제 스님이 “하남(河南)이 아니면 하북(河北)으로 돌아갈까 합니다.”고 대답했다. 황벽 화상이 바로 후려쳤다. 임제는 황벽 화상을 붙잡고 손바닥으로 한번 때렸다. 이에 황벽 화상은 크게 웃고 시자를 불러 “여기 백장(百丈)큰스님의 선판(禪板)과 궤안(机案)을 가져오도록 해라.”했다. 이에 임제는 “시자야, 불도 가지고 오너라.”하였다. 황벽 화상은 “그것도 옳기는 하지만 어쨌든 가지고 가게. 그래야 다음에 세상 사람들의 떠드는 입을 막을 것이네.”

뒷날 위산(潙山)스님이 앙산(仰山)에게 물었다.
“임제 스님이 저 황벽 스님을 저버린 것이 아닌가?”
앙산이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보는가?”
“은혜를 알아야만 은혜를 갚는 것입니다.”
위산이 다시 물었다.
“옛사람들 가운데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느냐?”
“있었습니다. 아주 멀고 먼 옛날의 일이라서 스님께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역시 알고 싶네. 자네가 한번 말해 보게나.”
앙산이 말하기를
“그것은 부처님께서 《능엄경》을 설하신 법회에서 아난(阿難)이 부처님을 찬탄하여 말하기를 ‘이 깊은 마음으로 한량없는 국토를 다니면서 봉상하는 것이 참으로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어찌 스승의 은혜를 갚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위산은 앙산의 답에 말했다.
“그렇군. 제자의 지견(知見)이 스승과 같을 뿐이라면 스승의 덕을 반이나 감하는 것이네. 제자의 지견이 스승보다 훌륭해야만 법을 전해줄만 하지.”

  
▲ 삽화=강병호 화백


임제대오(臨濟大悟) [임제불법대의 臨濟佛法大意]
임제 스님이 황벽 화상에게 물었다. “불법의 적실(的實)한 대의는 무엇입니까?” 황벽 화상이 임제를 바로 후려 갈겼다. 이와 같이 하기를 세 번. 그리하여 임제는 황벽 화상 곁을 떠나 대우 스님을 찾았다. 대우 스님 묻기를 “어디서 왔는가?” 임제 스님 답하길 “황벽 화상 계신데서 왔습니다.”하니 대우 스님 다시 묻기를 “황벽 화상은 무슨 말씀이 없으시던가?” 하자 임제 스님은 “제가 불법의 적실한 대의를 세 번 물었고 세 번 두들겨 맞았습니다. 저에게 잘못이 있습니까, 없습니까?”하였다. 이에 대우 스님은 “황벽 화상은 노파의 자비심으로 자네를 친절하게 가르쳤다. 그러니 다시 가서 잘못이 있는가 없는가 물어보라.” 임제 스님은 대우 스님의 이 말이 끝나자 대오했다. 《종용록》 제86

임제할려(臨濟喝驢)
임제 스님이 곧 입멸하게 되었을 때 삼성혜연(三聖慧然)에게 유촉하기를 “내가 죽은 뒤에 정법안장을 멸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했다. 삼성이 “어찌 스님의 정법안장을 멸각하겠습니까?”하니 임제 스님은 “이후에 어떤 사람이 너에게 물으면 무엇이라고 말하겠는가?”물으니 삼성이 할을 했다. 임제 스님이 말씀하시되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먼 나귀한테서 멸각해 버릴 줄이야 누가 알았으리.”하였다. 《종용록》 제17

임제일면(臨濟一面)
임제 스님이 원주(院主)에게 물으셨다. “어디 갔다 오느냐?” 원주가 말하길 “주중(州中)에 황미(黃米)팔러 갔다 왔습니다.”하였다. 임제 스님이 “그래 다 팔았느냐?”하곤 지팡이를 들어 원주의 면전에 한 일(一)자를 긋고 말씀하셨다. “이것을 팔 수가 있겠는가?”하니 원주가 할을 했다. 임제 스님은 바로 후려 갈겼다.
다음에 전좌(典座)가 왔다. 스님은 이 이야기를 했다. 전좌가 말하길 “원주는 스님의 뜻을 모릅니다.” 임제 스님이 “그대는 어떤가?”하니 전좌는 바로 절했다. 임제 스님은 똑같이 후려쳤다. 《종용록》 제95

임제무위진인(臨濟無位眞人) [임제진인 臨濟眞人]
임제 선사가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여기 붉은 몸 덩어리 안에 차별 없는 참사람[無位眞人]이 있어서 항상 여러분의 눈 귀 코 입을 통해서 출입한다.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은 똑똑히 보고 보아라.” 그때 한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어떤 것이 차별 없는 참사람입니까?” 임제 스님이 선상에서 내려와서 그 스님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말하라. 말하라.” 그 스님이 무엇이라고 말하려 하자 임제 스님은 밀쳐버린 뒤 “차별 없는 참사람은 이 무슨 똥막대기인고?” 이렇게 이르시고 바로 방장으로 돌아가셨다. 《종용록》 제38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