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스님 법어/♣ 禪을 즐겨라

禪을 즐겨라 - 4할 등 임제의 독특한 종지 형성

아산 보문사 2017. 1. 21. 13:25

4할 등 임제의 독특한 종지 형성

선을 즐겨라 36-제2편 선승과 공안



임제에게 일격을 당한 황벽
 "한 미치광이가 호수를 어루만지는구나"

임제가 물었다.
“원래 황벽의 불법은 그 정도로 단순한 것입니까?”
이 말에 대우화상은 갑자기 임제의 멱살을 움켜쥐고 말했다.
“이 오줌싸개 같은 녀석. 여기 와서 잘못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고 묻더니 금방 황벽화상의 불법이 단순한 것이라고 큰소리치니 너는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빨리 말하라. 빨리 말하라.”
멱살 잡혀있던 임제는 갑자기 대우화상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세 번 쥐어박았다. 그러자 대우화상은 임제를 밀치고 말했다.
“너의 스승은 황벽화상이다. 내가 알 바 아니다.”
임제는 대우화상을 작별한 뒤 다시 황벽화상 곁으로 돌아왔다.
황벽:(돌아온 임제를 보고)이놈,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언제 깨달아 마치겠느냐?
임제: 오직 스님의 정성이 간절하여 다시 돌아왔습니다.
황벽: 어디 갔다 왔느냐?
임제: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고 대우화상한테 다녀왔습니다.
황벽: 대우화상은 무슨 말이 없더냐?
임제는 거기서 있었던 일 그대로를 자초지종 말씀드렸다. 다 듣고 난 황벽화상은 “대우화상이 이곳으로 오면 좋으련만. 그러면 한방에 때려 쓰러뜨려 줄 텐데.”하였다. 황벽화상의 이 말을 듣고 있던 임제는 “무엇 기다릴게 있습니까. 지금 당해보십시오.”하면서 황벽화상을 철썩 때렸다. 임제에게 일격을 당한 황벽은 “이 미치광이가 돌아와서는 나의 호수(虎鬚 호랑이 수염)를 어루만지는구나.”라고 말했다. 황벽화상의 말이 끝나자마자 임제는 이번엔 할을 했다. 황벽화상은 시자를 보고 “이 미치광이를 끌고 가 참당(參堂 선종에서 사미가 새로 승당의 일원으로 가입해 처음으로 당에 들어가는 것을 말함)케 하라.”고 지시했다.
그 후 임제는 황벽화상 곁에서 열심히 수행하기를 20년, 마침내 그 법을 이었다.
행각수행할 무렵에는 앙산(仰山) 용광(龍光) 삼봉(三峰) 봉림(鳳林) 마곡(麻谷)등을 역참했다. 뒤에 진주성 동남쪽 호타하 기슭의 소원(小院)에서 살았다. 보화와 극부화상이 상좌 일을 맡아봤다. 임제의 소문을 듣고 전국각지에서 학승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선풍을 크게 떨쳤다. 특히 황벽화상의 종지를 진작시키는 한편 임제의 가풍을 성취한 것은 특기할 사항이다. 임제의 독특한 종지로는 4갈(四喝) 4료간(四料簡) 4빈주(四賓主) 3현(三玄) 3요(三要)등의 주요한 법의가 전해지고 있다.
당의 의종 함통 8년 4월 10일 시적했다. 임종때 임제는 대중을 보고 “내가 입멸한 뒤에 정법안장을 멸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부촉했다. 그러자 장로 3성(三聖)이 대중을 대신하여 “어찌 화상의 정법안장을 멸각해버리겠습니까?”하고 답하니 임제화상은 “뒷날 사람들이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하겠는고?”물었다. 이에 삼성이 할을 하자 화상은 “나의 정법안장을 이 눈먼 당나귀에게 멸해버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하곤 천화했다. 혜조선사(慧照禪師)로 시호됐으며 《임제혜조선사어록》이 전해지고 있다.

  
▲ 삽화=강병호 화백



임제4할(臨濟四喝)
임제선사가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때의 한 할(喝)은 금강왕 보검과 같고 어떤 때의 한 할은 땅에 웅크리고 앉은 황금빛 털의 사자와 같으며 어떤 때의 한 할은 어부가 고기를 찾기 위해 상용하는 장대와 그림자풀과도 같고 어떤 때의 한 할은 한 할로서의 작용을 못하니 그대는 어떻게 알고 있는가?”
스님이 무엇이라고 말하려 하니 임제선사는 바로 ‘할’하였다.

임제4료간(臨濟四料簡)
임제선사께서 어느 날 수행자를 위한 저녁설법[晩參]에서 말씀하셨다.
“어느 때는 만법 밖에 자기를 인정치 않고[奪人不奪境] 어느 때는 세계가 하나의 자기임을 영현시킨다[奪境不奪人] 어느 때는 주객의 견을 부정해 버린다[人境兩見奪] 어느 때는 주객 각각의 견해를 그대로 둔다.[人境不俱奪]”

임제4빈주(臨濟四賓主)
도류(道流 도를 믿고 닦는 사람) 선종의 견해는 사활순연(死活循然)하며 참학하는 사람은 큰 일에 있어서 반드시 까닭을 밝혀야 한다. 주객이 만날 때는 언론왕래하고 혹은 사물에 따라 형태를 나타내고 혹은 기권(機權)을 잡고는 희노(喜怒)하며, 혹은 반신(半身)을 나타내고, 혹은 사자를 타고 혹은 상왕(象王)에 탄다. 진정한 학인이 있다면 ‘할’하곤 먼저 고분자를 끄집어낸다. 선지식은 경(境)을 따지지 않는다. 다른 경에 이르러서는 모양을 이룬다.
선지식은 또 사물을 염출하지 않는다. 학인이 묻는데 따라 곧 빠진다. 학인이 빠져서 죽음을 무릅쓰고 놓지 않는다. 이것은 주인이 객을 보는 것이다.
혹은 한 학인이 있어 하나의 청정경에 따라 선지식 앞에 나온다. 선지식은 경인 것을 분별케 하여 궁지에 빠지게 한다. 곧 말한다. 갑작스레 좋고 나쁜 것을 몰랐다고. 학인 곧 예배한다. 주인이 이것을 말하여 주인을 볼 줄 안다고 한다.
혹은 한 학인이 있어 칼을 쓰고 사슬을 띠고 선지식 앞에 나온다. 다시 선지식을 위해 한 벌의 칼과 사슬을 띠고 만족한다. 학인이 기뻐하며 이것저것 분별하지 않는다. 손님은 손님을 볼 줄 안다고 했다.

임제3구(臨濟三句)
임제선사가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묻되 "어떤 것이 제 1구입니까?"
스님께서 이르시되 "삼요(三要)의 도장을 찍고 난즉 빨간 점이 나타난다. 말을 하려고 머뭇거리기 전에 이미 주인과 손님이 명백히 나누어진다."하셨다.
스님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제2구입니까?"
선사께서 이르시되 "근본지(根本智)인 문수보살이 무착의 물음을 어찌 용납하겠느냐? 그러나 방편의 후득지(後得智)가 일체를 끊어버리는 근본지와 모순이 있겠는가."하셨다. 스님이 또 물었다. "어떤 것이 제3구입니까?" 선사 말씀하시기를 "무대 위에서의 꼭두각시 놀음을 잘 보아라. 줄을 당겨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모두 무대 뒤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임제선사는 다시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한 구어(句語)에 모름지기 삼현문(三玄門)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엔 권(權)이 있고 용(用)이 있다. 그대들 어떻게 알았는가?“ 하시고 하좌하셨다.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