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스님 법어/♣ 禪을 즐겨라

禪을 즐겨라 - 제접 방식이 저마다 독특한 양상

아산 보문사 2016. 11. 3. 15:46

제접 방식이 저마다 독특한 양상

선을 즐겨라 26-제2편 선승과 공안

 

 

노조 누가 물을 때마다 면벽
 오구 스승처럼 방이 주특기
 금우 밥통 때리며 공양 권청

29. 노조보운(魯祖寶雲 ?∼? 南嶽下)

당나라 중기 때의 선승(禪僧)으로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법사(法嗣)다. 지주(池州) 노조산(魯祖山)을 개산하여 법을 펼침에 따라 노조보운(魯祖寶雲)이라 불렸다. 학인(學人)을 접화(接化)할 때 면벽(面壁)하여 말을 하지 않는 방식을 썼다. 그이 이러한 독특한 제접 방식은 선림(禪林)의 기사(奇事)로 전해진다. 따로 몇 개의 기연어구(機緣語句) 등이 전하지만, 그 밖의 생애나 행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전하지 않는다.

노조면벽(魯祖面壁)
선사는 스님들이 오는 것을 보면 면벽하곤 하였다. 남전(南泉)이 물었다. “내가 평소에 그를 찾기를 공겁(空劫) 이전부터 내리 계속하고 부처님께서 아지승겁 이 세상에 나오시기 전부터 찾으라 했거늘 아직 한 개는커녕 반 개도 얻지 못하였다. 그와 같다면 ‘나귀해’에 가리라. 《종용록》 제23

노조불회(魯祖不會)
노조(魯祖)가 남전(南泉)에게 물었다. “마니주(摩尼珠)를 사람들은 모른다. 여래장(如來藏) 안에서 친히 얻는다면 이 장(藏)은 어떤 것인가?” 이에 남전이 말하였다. “왕노사(王老師)와 그대는 서로 왕래하는 사이이다.” 노조가 물었다. “왕래하지 않는 자는?” 남전 대답하기를 “그 또한 장(藏)이다.”라고 하였다. 노조가 다시 묻기를 “이 구슬은 어떠한가?” 남전이 말하기를 “사조(師祖)”라 하니 노조가 응락하였다. 이에 남전이 “가라. 그대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종용록》 제93

30. 오구선사(烏臼禪師 ?∼? 南嶽下)

오구선사(烏臼禪師)는 마조도일선사의 법사(法嗣)이다. 그 전기(傳記)로 전해지는 바는 《벽암록(碧巖錄)》의 ‘오구굴봉(烏臼屈棒)’ 외에 다음의 1칙(則)이 있을 뿐이다. 하루는 ‘현’과 ‘소’라는 두 상좌가 스님을 찾아뵈었다. 스님이 묻기를 “두 선객(禪客)은 어디에서 왔는가?” 현이 대답하기를 “강서(江西)에서 왔습니다.”라고 하자마자 스님은 한 대 갈겼다. 그러자 현이 말하였다. “스님께선 기용(機用)이 있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렇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말하였다. “그대는 이미 풀지 못했어. 다음 사람이 답하라. 증명될 수 있을 정도로.” 이에 소가 앞으로 가까이 가고자 하였다. 그 때 스님은 다시 한 대를 치면서, “참으로 알 수 없구나. 한 굴속의 흙도 다른 것이 없거늘 어지간히 똑같은 놈들이로다. 참당(參堂)하고 돌아가거라.”라고 말하였다. 이 이야기는 오구선사의 모습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 삽화=강병호 화백


오구굴봉(烏臼屈棒) [오구문법도 烏臼問法道]
정주(定州)의 회리(會裡)에서 한 스님이 찾아 왔다. 선사가 그 스님에게 “정주의 법도와 여기의 것은 무엇이 비슷한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스님은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선사는 “만약 다르지 않다면 당장 거기로 돌아가라.”라고 하면서 한 대 쳤다. 그러자 그 스님은 “함부로 때지지 마시오. 스님의 몽둥이에는 눈도 없습니까?”라고 하며 대들었다. 선사는 “오늘은 맷집 좋은 놈이 걸렸군.”하면서 계속 세 대를 내리쳤다. 스님은 할 수 없이 그 곳을 나왔다. 그러자 선사는 “공연히 얻어맞고 그대로 가는 놈도 다 있군.”하며 야유를 보내자, 스님이 몸을 획 돌리며, “선사께서 몽둥이를 들고 있으니 낸들 어쩝니까.”라고 뇌까렸다. 선사는 “그래. 자네가 필요하다면 몽둥이를 빌려주지.”라고 하자 그 스님은 다가와 몽둥이를 빼앗아 선사를 연거푸 세 대를 쳤다. “아이구 아이구 되게 얻어 맞았구나.”라고 선사가 소리치자 스님은 “공연히 얻어맞고 싶어하는 바보도 있군요.”라고 말하였다. 선사는 “공연히 사람을 친다더니 자네가 그렇구만.”이라고 받았다. 그러자 스님이 넙죽 절을 하였다. 선사가 “실컷 사람을 치고는 그대로 돌아가나.”라고 하자 스님은 껄껄 한 바탕 웃고는 가 버렸다. 선사는 “그게 단가. 그게 다야.”라고 중얼거렸다. 《벽암록》 제75

31. 금우화상(金牛和尙 ?∼? 南嶽下)

진주(鎭州) 금우화상(金牛和尙)은 마조도일의 법사이다. 그 전기로 전해지는 것은 극히 적어 《벽암록》 제 74칙의 ‘금우반통(金牛飯桶)’ 하나가 있을 뿐이다.

금우반통(金牛飯桶)
스님은 점심 때만 되면 손수 밥통을 승당(僧堂) 앞에 놓고 춤을 추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크게 웃고는, “자. 보살들아 와서 먹게나.”라고 말하곤 하였다. 후에 한 스님이 장경(長慶)화상에게 물었다. “옛 사람이 ‘보살들아 와서 먹게나.’라고 한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장경스님은 “그건 밥 먹을 때의 예절 같은 거야.”라고 대답하였다. 《벽암록》 제74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