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찬 (8월 초하루)

사방찬(四方讚)

 

일쇄동방결도량(一灑東方潔道場) 이쇄남방득청량(二灑南方得靑凉)

삼쇄서방구정토(三灑西方俱淨土) 사쇄북방영안강(四灑北方永安康)

〈사방찬〉은 동서남북의 네 방향을 찬탄하는 구절입니다. 즉〈신묘장구대다라니〉로서 관세음보살의 위력을 우주에 두루 충만해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첫째 〈일쇄동방결도량〉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동쪽을 향해 물을 뿌리면 도량이 맑아진다.’가 됩니다. 여기서 〈일쇄〉의 뜻은 ‘물을 뿌린다.’는 뜻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번뇌를 씻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읽음으로써 또는 넓은 의미로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 삶에 있어서 어두운 부분들을 전부 씻어낸다는 뜻입니다. 불교에 있어서 번뇌는 결국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불행을 말합니다. 그것은 곧 탐·진·치 삼독(三毒)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찌꺼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지혜의 물로써 무명, 번뇌를 씻어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천수경』은 바로 지혜의 감로로 번뇌를 씻어주는 위대한 가르침인 것입니다.

 

둘째〈이쇄남방득청량〉은 ‘남쪽을 향해 물을 뿌리면 시원함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시원함을 얻는다.’는 결국 자기 자신의 마음의 시원함을 얻는 것이며 나아가 가정과 사회, 모든 인간관계가 시원해지고 모든 문제 해결이 시원해짐을 뜻합니다.

 

셋째〈삼쇄서방구정토〉는 ‘서쪽을 향해 물을 뿌리면 정토를 구족한다.’는 뜻입니다. 흔히 불교에서는 정토가 서방에 있다고 해서 ‘서방정토’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결국 『천수경』을 통해서 또는 불법을 통해서 마음의 번뇌를 씻어낼 때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바로 그곳이 극락정토인 것입니다.

 

넷째〈사쇄북방영안강〉은 ‘북쪽으로 물을 뿌리면 영원한 편안함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먼저 자기 자신이 편안함을 가질 때 가족이 편안해지고 더 나아가 이웃과 사회, 온 인류가 편안함을 얻는 것입니다.〈사방찬〉의 내용이 뜻하는 것은 마음과 현실세계가 둘이 아니기 때문에 『천수경』의 신앙을 통해서 주변이 깨끗해지고, 시원함을 얻고, 정토가 구현되고, 영원히 편안함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방찬을 좀 더 부연해서 설명 드리면...

사방찬은〈신묘장구대다라니〉로 동서남북 네 곳을 정화하고 찬탄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는 어떤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한계 내에서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어느 곳에 있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육도 중 인간으로 존재하지만 인간세상 가운데서도 청정한 사람들과 함께 있느냐? 오탁악세에 번뇌에 가득 찬 사람들과 함께 있느냐? 어느 곳에 있든지 불자는 그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정화함으로써 바로 자기가 서 있는 곳을 청정한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곳에 부처님을 모시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일쇄동방결도량(一灑東方潔道場)〉이란 ‘첫째로 동방에 물을 뿌려 도량을 깨끗이 한다.’는 말입니다. ‘물을 뿌린다.’고 하는 것은 “깨끗이 씻어낸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더러운 것도 물에 씻으면 깨끗하게 되므로 물에는 만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뿌리는 물은 보통 물이 아니라 지혜의 물입니다. 지혜의 물이란 바로 부처님의 진리의 말씀인 감로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먼저 동쪽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동쪽은 해가 뜨는 곳으로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말하면 유년기요, 하루로 치면 아침, 일 년으로 치면 봄에 해당하는 것이 동방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동방에 깨끗한 물을 뿌림으로써 주변 환경을 정화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것입니다.

 

〈이쇄남방득청량(二灑南方得靑凉)〉은 ‘둘째, 남방에 물을 뿌려 시원함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남방은 중년기에 해당하며 한낮을 뜻하고 여름을 의미하고 낮이나 여름은 뜨거우므로 깨끗한 물을 뿌려 시원함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삼쇄서방구정토(三灑西方俱淨土)〉는 ‘셋째, 서쪽에다 물 뿌리니 현실의 이 세계가 정토된다.’는 뜻입니다. 서쪽은 사람으로 말하면 황혼기를 의미하며 가을 결실의 계절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서방하면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연상합니다. 극락세계는 오직 즐거움만이 충만한 세계입니다. 마치 가을에 오곡을 거둬들이고 즐거워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서쪽에다 지혜의 물을 뿌려 이 세상이 바로 극락정토가 되게 한다는 것입니다.

 

〈사쇄북방영안강(四灑北方永安康)〉은 ‘넷째, 북쪽에다 물을 뿌려 영원한 편안함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북쪽은 일 년으로 치면 겨울이요 인생으로는 죽음을 의미하고, 또한 완성을 뜻합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도 북으로 북으로 나아가셔서 마침내 사라쌍수 아래서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시고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러므로 북방은 모든 것을 완성한 뒤에 편히 쉬는 편안한 방위를 뜻하는 것입니다.

 

이 동서남북의 사방에 지혜의 물을 뿌림으로써 모두 깨끗함과 편안함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깨끗한 물을 뿌린다 해도 이 세간을 깨끗하게 할 수 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뿌리는 물은 앞서 말한 것처럼 보통 물이 아니라 지혜라고 하는 물입니다. 물은 항상 머무르지 않고 흐르므로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고 능히 크고 작음을 자유자재로 하므로 마치 반야지혜의 성품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동서남북의 방위에 물을 뿌린다고 하는 것은 지혜로 사방을 정화한다는 뜻입니다. 또 동서남북이란 공간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해 뜨는 곳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들이 이름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바로 우리 마음의 소작입니다. 따라서 동서남북을 깨끗이 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뜻입니다.《유마경(維摩經)》에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도 청정하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온 세상이 깨끗한 불국정토지만, 마음에 때가 끼어 있으면 아무리 이상적인 낙원이라도 흠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불자들은 이 사방찬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마음의 때를 깨끗이 씻어내고 아무런 티끌도 묻지 않은 자신의 청정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깨끗한 마음이란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마치 흐르는 물이 그 무엇에도 집착함 없이 하류로 흘러가는 것처럼 깨끗한 마음은 집착하지 않는 지혜로운 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매일 매일 마음을 씻어내는 기도 수행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