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스님 법어/♣ 禪을 즐겨라

禪을 즐겨라 - 선종 특유의 계율 '선림청규' 제정

아산 보문사 2016. 9. 4. 11:07

선종 특유의 계율 '선림청규' 제정

선을 즐겨라 21.-제2편 선승과 공안

 

 

노구에도 매일 대중운력 참여
 제자들이 만류하며 연장 숨겨
 "난 덕이 없구나" 공양 거부
 일일부작 일일불식 가르침

백장에게는 유명한 여우를 제도한 이야기나 공안(公案)과 당에 올라 설한 법어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백장이 공적으로 가장 위대한 것은 총림(叢林)의 규칙을 제정하였다는 것이다. 백장은 실로 선림청규(禪林淸規)의 개창자(開創者)이다. 그의 저서인 《백장고청규(百丈古淸規)》는 이미 없어지고 서문(序文)만이 남아 있어 대단히 애석하지만, 백장은 선종에는 선종으로서 닦아야할 법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교 대승이나 소승에 사용되던 계율 그대로를 인정하지 않고 선종 특유의 계율을 제정하였다. 그리하여 선종은 이른바 불심종(佛心宗)으로서 여타의 종파와는 달리 하나의 존재로 우뚝 서게 되었던 것이다.

백장은 만년에 이르러서도 매일 대중들보다 먼저 일어나 일을 하였다. 노구에 매일 마다 하는 노동이 제자들에게는 보기에 민망하여 원주로 하여금 일을 그만 하고 편히 쉬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백장은 아무리 만류하여도 듣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자 원주가 빗자루와 괭이 등 백장이 쓰는 연장을 숨겼다. 이에 백장은 “나는 덕이 없는 사람이구나. 다른 사람은 일하게 하고 나만 편안하고자 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하고는 작업할 연장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자 음식을 들지 않았다. 아무리 권하여도 대사는 듣지 않으며, “하루를 일하지 않으면 하루는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주는 몹시 황공하여 작업하는 연장을 갖다 드리며 사죄하고 식사하실 것을 청하였다. 당(唐) 원화(元和) 9년 정월 17일에 입적하니 세수 95세였다. 장경(長慶) 원년에 대지선사(大智禪師)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 삽화=강병호 화백


백장야호(百丈野狐)
백장 화상이 설법할 때에는 매번 한 노인이 청중들 뒤에서 열심히 듣고 대중들이 물러나면 그 노인도 같이 물러나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설법이 끝나고 대중들이 모두 물러났는데도 이 노인이 그냥 서 있었다. 백장 화상이 이상히 여겨 누구냐고 물었다. 그 때 노인이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옛날 가섭불이 세상에 계실 때 이 절의 주지였습니다. 그 때 어느 학인(學人)이 ‘많이 수행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안 떨어집니까?’라고 묻기에 제가 ‘불락인과(不落因果)’라고 했기 때문에 오백년 동안 여우의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청컨대 스님께서 한 마디 말씀으로 여우의 몸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하고는 “많이 수행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안 떨어집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백장 스님이 “불매인과(不昧因果)”라고 하자, 그 말 끝에 크게 깨닫고 인사하며 말하기를 “저는 이미 여우의 몸을 벗어나 뒷산에 있으니 스님께 바라건대 죽은 중과 같이 장례를 치러 주십시오.”
백장스님이 유나(維那)로 하여금 대중들에게 식후에 망승(亡僧)의 장례가 있다고 알리게 했다. 이 때 대중들이, “모두들 편안해서 열반당에는 한 사람의 병자도 없는데 어째서 망승의 장례가 있다고 할까?”하며 수근거렸다. 식후 스님은 대중을 데리고 뒷산 바위 밑에 이르러 지팡이로 죽은 여우를 끄집어내어 화장했다.
백장스님이 저녁에 법당에 나와 앞의 인연을 들려주었다. 이 때 황벽이 일어나 “고인이 잘못 대답하여 오백년 묵은 여우의 몸이 되었다는데, 만약 잘못 말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되었겠습니까?”하니, 백장스님 말하기를, “앞으로 가까이 오라. 그대를 위해 가르쳐 주겠다.”고 하였다. 황벽이 가까이 나아가 스님의 뺨을 한 대 후려갈겼다. 스님은 손뼉을 치고 웃으며 말씀하시기를 “과연 호인(胡人)의 수염은 붉다고 하더니 붉은 수염의 호인이 여기에 있구만.”라고 하였다. 《무문관》 제2 《종용록》 제8

백장재참(百丈再參)
백장이 다시 마조에게서 수행하였다. 백장이 시립(侍立)하고 있는데, 마조스님은 선상(禪床) 모서리에 있는 불자(拂子:먼지를 털거나 벌레를 쫓아내는 털이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장이 마조가 오는 것을 보고 불자를 집어 들고 일어서서 말하기를, “이것이 곧 쓰일까요? 쓰이지 않을까요?”하니 마조가 불자를 원래 있었던 곳에 걸었다. 잠시 시립하고 있는데, 마조가 “너는 나중에 양편피(兩片皮)를 치지 않겠는가?”라고 하니 백장이 불자를 들고 바로 선다. 마조가 “이것이 곧 쓰일 것인가? 아닌가?”하고 묻자, 백장은 다시 불자를 본래 있던 곳에 걸었다. 마조가 곧 위엄을 갖추어 일갈(一喝)하자 백장은 크게 깨달았다.
뒤에 황벽에게 그때 마조의 일갈로 곧 사흘이나 귀머거리가 되었다고 하자 황벽은 문득 놀라며 혀를 쭉 내밀었다.

백장독좌대웅봉(百丈獨坐大雄峯)
한 스님이 백장에게 찾아와 요즘 어떤 특별한 일이라도 있냐고 묻자 백장은 “홀로 대웅봉(大雄峯)에 앉아 있네.”라고 말하였다. 그 스님이 예배하자 백장은 서슴지 않고 그 스님을 후려갈겼다. 《벽암록》 제26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