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스님 법어/♣ 禪을 즐겨라

禪을 즐겨라 - 以心傳心이 선종의 기원

아산 보문사 2016. 5. 18. 17:11
以心傳心이 선종의 기원

선을 즐겨라 - 제1편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선에 대한 인식(7)

 

 

10. 선종의 기원과 좌선 · 공안

선종에서는 그 기원을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법을 부촉한 것에서 찾는다. 즉 범천왕(梵天王)이 부처님에게 금바라화(金波羅華)를 바치자, 부처님께서 이를 영산회상에 운집한 대중에게 보였으나 아무도 그 까닭을 알지 못했다. 다만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알아채고 파안미소(破顔微笑)하였다. 이에 부처님이 “나에게 정법안장 열반묘심(正法眼藏 涅槃妙心)이 있다. 이를 마하가섭에 부촉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를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법문(法門)이라고 하여 선종의 기원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는 《대범천왕문불결의경(大梵天王問佛決疑經)》에 나와 있는 것으로 이 경 자체는 위경(僞經)이므로 영산부법(靈山附法)을 문자 그대로 사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선종에서는 《열반경》에 이미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세간에 머물러 주시길 수차례 청하였으며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위없는 나의 정법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한다.”고 말씀하셨을 뿐만 아니라 부처님이 가섭에게 정법을 유촉하여 가르침의 집성(集成)을 통리(統理)케 하신 것이 아함부 경전 여러 곳에 산설(散說)되어 있으므로 《결의경》이 설사 위경이라 하더라도 가섭의 법부상승(法附相承)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이야 어쨌든 선종에서는 부처님의 심인(心印)이 가섭에서 아난(阿難)으로, 아난으로부터 상나화수(商那和須)ㆍ우바국다(優波毬多)ㆍ제다가(提多迦)ㆍ수차가(須遮迦)ㆍ바수밀(婆須密)ㆍ불타난제(佛陀難提)ㆍ복타밀다(伏馱密多)ㆍ바율습박(婆栗濕縛)ㆍ부나야사(富那夜奢)ㆍ아나보리(阿那菩提)ㆍ가비마라(迦毘摩羅)ㆍ나가궐자수나(那伽厥刺樹那)ㆍ가나제바(伽那提婆)ㆍ나후라다(羅?羅多)ㆍ승가난제(僧伽難提)ㆍ가나사다(伽那舍多)ㆍ구마라다(鳩摩羅多)ㆍ사야다(佘夜多)ㆍ바수반두(婆須槃頭)ㆍ마나라(摩拏羅)ㆍ학륵나(鶴勒那)ㆍ사자(師子)ㆍ바사사다(婆舍斯多)ㆍ불여밀다(不如密多)ㆍ반야다라(般若多羅) 등으로 전전상속(展轉相續)하여 보리달마(菩提達磨)에 이른다고 보며, 이를 서천 28조(西天 二十八祖)라고 칭한다.

중국에 처음으로 부처님의 심인 정법인 선이 전해진 것은 서천 28조인 보리달마에 의해서다. 달마는 양무제(梁武帝) 보통 원년(普通元年, 520)에 건너와서 혜가(慧可)를 얻어 의법(衣法)을 전하였다. 그래서 달마대사를 두고 동토(東土) 제 1조라 칭한다.

혜가는 승찬(僧燦)에게 전하고 승찬은 도신(道信)에게 전하였으며 도신은 홍인(弘忍)에게 전하였다. 홍인의 문하에 혜능(慧能)과 신수(神秀)라는 걸출한 제자가 배출되었다. 신수는 북방(北方)에서 교화를 펼쳤으니 이를 북종(北宗)ㆍ북선(北禪) 또는 북점(北漸)이라고 한다. 혜능은 남방(南方)에서 선종을 크게 떨쳤으므로 이를 남종(南宗)ㆍ남선(南禪) 또는 남돈(南頓)이라 칭한다. 특히 혜능에 이르러 돈오(頓悟) 선풍이 크게 융성하여 혜능은 조계 육조대사(曹溪 六祖大師)로 숭앙되었다.

  
▲ 삽화=강병호 화백


혜능의 문하에는 수천 명의 득오자(得悟者)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남악회양(南嶽懷讓)과 청원행사(靑原行思)가 지혜와 덕이 특히 뛰어나서 남종의 2신족(二神足)이라 일컬어졌다. 남악의 문하에서는 임제(臨濟)ㆍ위앙(潙仰)의 2종이, 청원의 문하에서는 조동(曹洞)ㆍ운문(雲門)ㆍ법안(法眼)의 3종이 꽃을 피웠는데 이를 선종의 5가(五家)라 한다. 다시 임제의 문하에서 양기(楊岐)ㆍ황룡(黃龍)의 2파가 나누어졌는데 이를 전부 합하여 5가 7종이라 한다. 선종이 이렇게 5가 7종으로 나뉜 것은 조사(祖師)의 접화(接化) 수단이 다르기 때문일 뿐 교의(敎義) 자체가 이질적인 것은 아니다.

【좌선】 좌선(坐禪)의 ‘좌’는 ‘앉는다’는 뜻의 한자이고 선(禪)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범어 드야나(dhyana)를 음사한 선나(禪那)의 약칭이다. 선문에서 말하는 선나는 계(戒)ㆍ정(定)ㆍ혜(慧) 삼학 중의 ‘정’만을 가리키거나 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의 육바라밀(六波羅密) 가운데 선정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선나는 삼학ㆍ육바라밀을 총괄하는 의의(意義)를 갖고 있다.

요컨대 선문에서 말하는 선나는 오직 정의 일법(一法)에만 한하는 것이 아니고 행주좌와(行住坐臥) 모두가 선나의 묘용(妙用)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진려(塵慮)를 가라앉히고 천진자성(天眞自性)을 현현케 하는 데는 먼저 신상(身相)을 조정(調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행주좌와의 4위의(四威儀) 중 ‘좌’가 신상을 조정하는데 가장 뛰어나고 요긴하기 때문에 좌선이라 한다.

【공안】 공안(公案)이란 《선림보훈음의(禪林寶訓音義)》에 ‘공부(公府)의 안독(案牘)’, 즉 관공서의 문서라는 뜻으로 법칙의 조문(條文)을 말한다. 과거 중국에선 이를 통해 소송(訴訟)을 처리했다. 예를 들면 지금의 민법(民法) 형법(刑法) 등이 이것이다.

선문(禪門)의 공안도 이와 같아 옛날 조사의 정하는 바 법을 제시하여 사법에 대한 옳고 그름을 가린다. 보다 쉽게 말하면 역대 조사들이 어떠한 인연으로 개시오입(開示悟入)을 이뤄 종강(宗綱)을 세웠는지 기록한 것이다. 이렇게 해 만들어진 공안은 대략 1천 7백가지로 전해져 오고 있다. 공안의 활용은 중국 당대(唐代)부터 주장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벽암록(碧巖綠)》에 “조교(祖敎)의 서(書)를 공안이라 부르는데 당대에 시작해서 송대(宋代)에 성행하여 그 오는 것은 멀다.”고 했다. 《선림보훈음의》에는 공안을 공부의 안독에 비유하고 “공안이 실행되면 이법(理法)이 통용되고 이법이 통용되면 천하의 기강이 바로 잡히며 기강이 바로 잡히면 왕도의 정치가 이루어진다.

공(公)이란 성현들이 깨달은 그 길[轍]을 하나로 하여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그 길로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지극한 가르침이다. 안(案)이란 성현의 정문(正文)이다. 무릇 천하를 갖고자 한다면 공부(公府)가 없으면 안 된다. 또한 안독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법을 기준으로 천하의 부정을 다스리는 것과 같이 불조의 기연(機緣)을 공안이라 이름하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한 사람의 억견(臆見)이 아니다. 불법의 근원에 합당하고 묘지(妙旨)에 계합하여 생사의 굴레를 타파하려면 지리(至理)를 받들면 된다.”고 했다.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