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배우기/♣ 법문

대보부모은중경(大報父母恩重經) [1] 무술년 오월 보름

아산 보문사 2018. 7. 9. 16:43

대보부모은중경 (大報父母恩重經) [1]

 

 

 

어느 날,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 왕사성 기타숲 외로운 이를 돕는 절에서 큰 비구 삼만 팔천 제자와 보살 마하살들과 함께 계시었다. 그때의 세존께서 여러 대중을 데리고 남쪽으로 가시다가 해골 한 무더기를 보셨다. 부처님은 해골더미를 향하여 이마를 땅에 대고 정중히 예배하시었다.

이를 보고 아난이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삼계의 큰 스승이시고 사생의 아버지 이시오매 여러 사람이 귀의하고 공경하는 터 이온데 어찌하여 해골더미에 예배하시나이까?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시었다.

아난아, 비록 네가 나의 큰 제자로 출가한지 오래지만 사리를 널리 알지 못하는구나. 이 한 더미의 해골이 전생의 조부모도 되었을 것이오, 또 여러 대의 내 부모도 되었을 것이므로 내가 지금 예배하는 것이로다. 아난아 네가 이 한 더미 해골을 가지고 두 몫으로 나누어 보라. 만일 남자의 뼈라면 희고 무거울 것이요. 여자의 뼈라면 검고 가벼울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남자와 여자가 살아 있을 때에는 그 의복과 생긴 모양으로 능히 구별할 수 있지만 죽은 뒤에는 마찬가지. 백골이 다름없거늘 저더러 어떻게 분별하라 하시나이까.

아난아, 만일 남자라면 세상에 있을 적에 절에 가서 경 읽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삼보 앞에 참배하기도 하고 염불도 하였을 것이므로 뼈가 희고 무거울 것이요, 여자는 아이를 한번 낳을 적마다 서 말 서 되의 피를 흘리고 여덟 섬 너 말의 젖을 먹여야 하므로 뼈가 검고 가벼우니라.

아난이 이 말을 듣자 가슴을 오리는 듯 슬피 울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오면 어머니의 은혜를 갚사오리까?

아난아.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어머니가 아기를 배어, 낳느라고 열 달 겪어야 하는 지독한 고통을 말하리라.

 

어머니가 아기 밴지 [첫째]달에는 풀끝에 맺힌 이슬방울이 아침에 있다가도 한나절이 지나면 없어지듯이 새벽에는 모여 있다가 흩어져 버리느니라. [둘째]달에는 잘 끓는 우유죽이 한 방울 떨어진 것 갔느니라. [셋째]달에는 엉기어진 피와 같으니라. [넷째]달에는 점점 더 사람의 모양을 이루느니라. [다섯째]달엔 어머니 뱃속에서 다섯 가지 부분이 생기나니 그 다섯 부분이란 머리가 그 한 부분이요, 두 팔이 그 두 부분이요, 두 무릎이 그 다섯 부분이니라. 어머니가 아가 밴지 [여섯째]달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여섯 정기가 열리나니 눈이 한 정기요, 귀가 두 정기요, 코가 세 정기요, 입이 네 정기요, 혀가 다섯 정기요, 뜻이 여섯 정기니라. 그리고 [일곱째]달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삼백육십 뼈마디와 팔만 사천 털구멍이 생기느니라. [여덟째]달에는 뜻과 지혜가 생기고 아홉 구멍이 자라느니라. [아홉째]달에는 아기가 어머니 뱃속에서 먹기를 시작하는데, 복숭아 오얏 마늘이나 오곡은 먹지 않느니라. 어머니의 생장은 아래로 향하고, 숙장은 위로 향하여 한 더미 산이 있는데, 이 산 이름이 세 가지니, 한 이름은 수미산. 한 이름은 업산. 한 이름은 혈산 이니라. 이 산 한번 무너지면 한줄기 피로 화하여 아기의 입으로 흘러들어 가느니라.

 

어머니가 아기 밴지 [열째]달에는 마침내 낳게 되는데 아이가 만일 효순한 자식이면 두 손을 합장하고 나오면서 어머니를 괴롭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오역의 자식이면 어머니의 태를 깨트리거나 다리로 어머니의 골반을 버티기도 하여 어머니로 하여금 천개의 칼로 배를 찌르는 듯, 만개의 창으로 가슴을 쑤시는 듯 하게하느니라.

 

이러한 고통을 겪으면서 이 몸을 낳은 뒤에 또 열 가지 은혜가 있느니라. 여러 겁 내려오는 인연이 지중하여 금생의 어머님의 태중에 들어서 달수가 차갈수록 오장이 생기었고 일곱 달 접어들면 육근을 이루었네. 이 몸이 무겁기는 태산도 가벼웁고, 굽이치는 바람결 겁나나니 비단옷 생각 없어 입어도 보지 않고 머리맡 경대에는 티끌만 가득하네. 태안에 아기 배어 열 달이 다가오니 순산이 언제련가 손꼽아 기다리네. 나날이 기운이 없어 중병 든 사람 같고, 어제도 오늘날도 정신이 혼미하다. 무섭고 두려움 이루 다 기억하랴, 눈물만 시름없이 옷깃을 적시도다. 슬픔을 머금은 채 친척께 하소연이 아마도 이번에는 죽을까 겁이 나고 어지신 어머님이 이내 몸 낳으실 때 오장을 육부까지 찢기고 어기는 듯 정신이 혼미하고 몸마저 무너지니 끝없이 흐르는 피, 소와 양 잡았는 듯, 아기가 충실하다 말 들을 땐 반갑고 기쁜 마음 비길 데 없었건만, 기쁨이 진정되니 슬픈 맘 다시 나며 아프고 괴로움이 온몸에 사무치네.

 

부모의 깊은 은혜, 바다로 비유하리. 귀엽게 사랑하심 한땐들 어길 건가. 단 것은 모두 뱉어 아기를 먹이시고 쓴 것만 삼키면서 얼굴도 찡그리지 않네. 사랑이 깊으시니 참을 길이 없고 은공이 높으시매 슬픔이 몇 굽일세. 어머님의 일편단심 아기 배 불리어서 사흘을 굶으신 들 어찌 다 마다하리! 이내 몸 젖은 자리 백번이나 싫다하리. 아기는 어느 때나 마른 곳 눕히시며 두 젖을 번갈아서 아이 배 불리시고 찬바람 쏘일세라 소매로 가리우네. 아기를 돌보노라 잠 한번 편안히 자랴. 두둥실 두둥실 끌어안아 놀리시니 아가만 편하다면 무언들 사양하며, 어머님 이내 몸이야 어댄들 어떠하리.

 

어머니 크신 은혜 땅에나 견주리까. 아버님 높은 공덕 하늘에 비기리까. 높고 큰 부모 은덕 천지와 같사오니,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뜻 다를 소냐. 눈과 코 없더라도 조금도 밉잖거늘, 손과 발 못쓴다고 시름함이 있으리. 배 갈라 낳은 자식 불구자이든 귀여워 온 종일 사랑해도 내 정성 그지없네.

 

지난 날 이내 얼굴 꽃보다 어여뻐라. 옥같이 아름답고 솜같이 보드라워 양미간 그린 입술 버들잎 부끄럽고 두 뺨의 도홍빛은 연꽃도 수줍었네. 은혜가 깊을수록 내 얼굴 야위었고, 기저귀 빠느라고 손발이 거칠었네. 아들딸 기르노라 고생을 말도 마라. 어머니 꽃 얼굴에 주름살이 잡히었네.

 

죽어서 영이별도 잊을 수 없거니와 살아서 생이별은 내 마음 끊노 매라. 아들이 집을 떠나 타향에 가게 되면 부모의 슬픈 마음 그곳을 따라가네. 이맘은 밤낮으로 자식을 생각하고 흐르는 두 눈물이 천 줄기 만 줄기라. 원숭이 새끼 사랑 창자를 끊는다더니, 부모의 자식걱정 그 보다 덜 하리리까. 어버이 크신 은혜 바다에 비길건가. 산보다 크신 은혜 어떻게 갚사오리. 자식의 갖은 고생 대신하기 소원이요, 아들딸 괴로우면 부모 맘 편치 않아, 아들딸 길을 떠나 먼 곳에 간다하면 밤이면 추울세라, 낮이면 줄일세라, 아이들 잠깐 동안 괴로움 받더라도 부모의 근심걱정 하루가 삼추로다. 아버지 어머니의 그 은혜 어떻더냐. 자식을 생각하는 맘 잠시도 쉬오리까. 서거나 앉았거나 마음이 따라가고 멀거나 가깝거나 애정은 다름없네. 늙으신 부모 나이 백 살이 되어서도 여든 된 아들딸을 행여나 걱정하네! 부모의 깊은 은정 언제나 끊어질 건가. 이 몸속 다한 뒤에도 잊을 수 없을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