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배우기/♣ 법문

천수경 강의

아산 보문사 2017. 8. 12. 12:35

 

 

 

천수경 강의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   심약멸시죄역망(心若滅是罪亦忘)

죄망심멸양구공(罪忘心滅兩俱空)   시즉명위진참회(是卽名爲眞懺悔)

죄란 자체의 성품이 없는 것이며 마음으로부터 일어난다. 만약 마음이 소멸되면 죄업 또한 소멸 된다. 죄업과 마음이 모두 공해지면 이것을 이름 하여 진정한 참회라고 한다.

 

죄무자성(罪無自性) 천수경의 이 부분의 해석이 가장 어렵습니다. 지금까지의 천수경이 진언과 관세음보살님께 의지하는 신앙으로서의 불교를 담고 있는데 반해, 이 구절은 수행의 본질과 마음을 논해야 함은 물론, 현상계의 법리(法理)를 불법(佛法)으로 드러내야 하는 선불교(禪佛敎)로 이해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罪'가 무자성(無自性)이라는 말은 스스로 성품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뜻입니다.  죄라는 것이 따로 정해져 있어 특정한 말과 특정한 행동은 무조건 죄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금강경의 "보살은 이름이 보살이지 실은 보살이 아니고, 중생은 이름이 중생이지 실은 중생이 아니라"는 대목이 가르치고자 하는 일체개공(一切皆空) 사상(思想)과 같습니다.

 

천수경은 초반에 '아약향도산 도산자최절'의 부분에서는 철저하게 관세음보살에게 내가 이후에 받을 죄업을 소멸해 달라고 기원하는 내용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다 여기서는 죄라는 것은 본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네가 마음먹기 달렸다. 라고 하는데 이것은 신앙의 불교에서 수행의 불교로 전환 된 것입니다. 그게 다 같은 불법(佛法)인데 뭐가 그리 문제될 것이 있느냐 라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신앙의 불교는 선과 악이 정해진 것이고 그 과보인 지옥도 실제하고, 나의 힘이 아닌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힘으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불교입니다. 그러나 수행의 불교는 선(善)과 악(惡), 죄(罪) 모두가 무자성(無自性)으로 공(空)한 것이니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지옥(地獄)도 없는 것이고, 모든 것이 단지 내 마음의 작용(作用)에 불과하다는 선불교적(禪佛敎的)인 최고(最高) 수준의 불교입니다.

 

이 대목에서 죄라는 것은 원래 실체가 없어서 마음 따라 일어난다는 뜻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체(實體)라는 것은 독존(獨存)하거나 항존(恒存)하는 것입니다. 죄는 독존하거나 항존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하여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연기법의 내용입니다. 모든 존재가 독존하고 항존하는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 의존하고 일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연기법입니다. 이 연기법을 깨닫는 사람이 바로 부처이며, 연기법을 깨닫는 사람은 이기심과 집착심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의 요체입니다. 죄 역시 마찬가지로 연기법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심악멸시 죄역망"이란..

죄가 본래 실체가 없이 연기한 것이기 때문에 죄를 짓게 된 잘못된 마음이 사라지면 죄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죄는 독존하거나 항존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적으로 존재하고 일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죄를 짓게 된 잘못된 마음이 사라지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참회라는 것입니다. 즉 진정한 참회란 다름 아닌 연기법을 깨닫는 깨달음입니다. 이것이 이참(理懺)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참은 순간적으로 모든 죄를 다 녹여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두운 방에 들어가 스위치를 눌러 불이 켜지면 순간적으로 모든 어둠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우리가 짓는 죄도 마찬가지입니다. "죄무자성(罪無自性)" 즉 죄는 자성이 없습니다. 죄는 다른 것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오인 즉 우주와 인생이 연기법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알지 못하는 잘못된 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연기법을 깨닫는 이참을 이룬다면 단밖에 모든 죄는 사라지고 한 순간에 대자유의 해탈을 이룰 것입니다. "사참(事懺)" 이참(理懺)에 대해서 말씀드렸으니 이제 사참에 대해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죄망심멸양구공(罪忘心滅兩俱空)' 즉 죄와 죄란 마음이 함께 사라져 공(空)해지면, 이것이 바로 제대로 된 참회라는 천수경의 구절은 깊이 생각을 해야 될 중요한 대목입니다. 죄업은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 한 생각 만들지 않으면 죄업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에게는 양심의 소리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행하면 후회와 부끄러움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후회와 부끄러움과 참회는 사람을 사람답게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참회와 다짐도 지혜를 바탕으로 행해야만 근원적인 치유가 됩니다. 우리가 일으키는 죄는 자체의 성품이 없다고 합니다. 극악한 죄를 짓는 것도 그러한 성품은 본래부터 타고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럴만한 원인과 조건을 만들어 그렇게 악업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만들면 죄업이 있고 만들지 않으면 죄업은 없는 것입니다. 죄의 자성이 없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죄는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마음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모습입니다.

 

경전에서는 감각기능(根)과 그 대상(境)과 그리고 마음(識). 이세 가지가 어우러져 선과 악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세 가지의 근원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 것입니다. 마음과 죄업은 주인과 종의 관계처럼 얽혀있습니다. 그러므로 잘못된 한 생각 만들지 않으면 죄업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설사 죄업을 지었더라도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마음을 근원적으로 반조 해야만 다시는 부끄러운 일을 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죄업을 일으키는 마음과 행위 그 자체가 공작한 것이며, 다만 잘못된 원인과 조건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것임을 알 때 죄업은 일어나지 않고 소멸됩니다. 부끄러움을 사무치게 알고 다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에 가치를 두지 않는 마음가짐이 진정한 참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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