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영명한 재기 넘쳐
선을 즐겨라 ⑬-제2편 선승과 공안
11. 보리달마(菩提達磨 ?∼528)
보리달마는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다. 인도 남천축 향지국왕의 셋째 아들로 찰제리족이다. 아명은 보리다라. 어릴 때부터 영명한 재기가 넘쳐흘렀다. 아버지 향지국왕은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듯하다. 어느 날 인도 선종 제 27조가 되는 반야다라가 향지국에 왔는데 아주 훌륭한 보주(寶珠)를 선물했다. 그러자 반야다라는 보주를 앞에 놓고 세 왕자의 재기를 시험했다.
“이 구슬은 원명(圓明)이다. 능히 이와 같은 것이 또 있으랴?”
첫째 왕자와 둘째 왕자가 함께 답했다.
“훌륭한 세상의 보배[世寶]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명주(明珠)입니다.”
셋째 왕자 보리다라가 말했다.
“이것은 세보입니다. 그러나 최고라고 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보배 가운데 최고는 법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세광(世光)입니다. 그러나 최고라고 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빛 가운데 최고는 지혜의 빛인 까닭입니다. 이것은 세명(世明)입니다. 그러나 최고라고 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밝음 가운데 최고는 심명(心明)이기 때문입니다. 이 구슬의 광명은 해의 도움 없이 스스로 빛날 수 없고 지혜의 빛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미 구슬임을 안다면 보배를 밝혀내야 합니다. 만일 보배임을 밝혀내지 못하면 보배일 수 없습니다. 구슬 스스로 구슬이고자 한다면 지주(智珠)의 도움으로 비로소 세주(世珠)를 분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배 스스로 보배가 되고자 한다면 지보(智寶)의 도움으로 비로소 법보(法寶)를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겨우 일곱 살에 불과한 보리다라가 어른도 하지 못할 당당한 명답을 펼쳤다. 반야다라는 그가 법기임을 알고 왕에게 청하여 자신의 제자로 삼았다. ‘제법에 있어서 이미 통량(通量)을 얻었다.’고 극찬한 반야다라는 ‘통대(通大)’를 뜻하는 달마로 그의 이름을 짓고 정성을 기울여 지도했다. 이로부터 달마는 스승을 섬기며 수행하기 40년이 흘렀다.
어느 날 달마는 스승을 향해 말했다.
“저는 이미 법을 얻었습니다. 하온 즉 이역국(異域國)에 가서 법을 펴고자 하오니 원하옵건대 개시(開示)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스승이 답했다.
“그대가 법을 얻었다 해도 당분간 멀리 가지 말라. 남천축에 머물고 있다가 내가 죽은 뒤 67재를 기다려 진단(震旦 지금의 중국)에 가서 대법약(大法藥)을 펴 상근을 잇도록 하라. 신중하되 빨리 가서 일하(日下)에 쇠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달마가 물었다.
“그곳에 대사의 법기(法器)가 될 만 한 자가 있는지요?”
“그대가 화(化)하는 곳을 일일이 셈할 것 없다.”
2사6파 그릇됨 낱낱이 공격
정법에 귀의토록해 유명해져
《전등록》은 보리달마가 중국에 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남천축에는 당시 2사6파(二師六派)의 소승 이단이 있었다. 이중 불대선(佛大先)은 반야다라에게 입문한 달마와 도반의 사이였고 불대승다(佛大勝多)는 그 궤를 달리한 사람으로 이 문하에서 모두 유상종 등의 6종이 분리됐다. 달마는 이 육종의 그릇됨을 낱낱이 공격하여 마침내 정법의 불교에 귀의토록 조치해 명예가 천축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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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강병호 화백 |
그런 후 달마는 반야다라의 유명(遺命)을 받들어 60년이 지난 후 3년 만에 남해로 항해하여 중국 광주 해안에 도착했다. 《오등회원(五燈會元)》에 의하면 이 때가 양(梁)의 보통(普通) 3년 9월 21일이다. 광주 자사(刺史) 숙앙(肅昻)이 예를 갖추어 멀리 남천축에서 온 고승 달마를 맞았다. 그리고 무제(武帝)에게 이 일을 주문(奏聞=보고)하기에 이르렀다. 무제는 특사를 파견해 달마를 황궁으로 초치했다. 거기에서 달마와 양무제 간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양무제는 진속(眞俗)의 이체(二諦)에 대해 깊은 연구가 있었다. 즉 진체는 비유(非有)를 밝히는 것이며 속체는 비무(非無)를 밝히는 것으로 진속불이(眞俗不二)야 말로 성체제일의(聖諦第一義)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자신이 또한 스스로 가사를 걸치고 《방광반야경》을 강의할 만큼 불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었고 수많은 절과 탑을 세우는 등 불심이 돈독했으므로 세인들은 그를 일러 ‘불심천자(佛心天子)’라 불렀다. 이 불심천자는 천축에서 도래한 고승을 반기며 문답을 나누었다.
먼저 무제가 달마에게 물었다.
“짐이 즉위한 이후 절을 짓고, 스님 되기를 원하는 이들을 도왔으며, 경전을 복사하거나 간행하는 일을 수없이 했다. 이 공덕은 얼마나 되는가?”
“아무런 공덕이 없다.”
“어찌하여 아무런 공덕이 없단 말인가?”
“그것은 모두 중생세계에서 조금 나은 결과를 얻어 생사에 윤회하는 원인을 이룰 뿐이니, 마치 그림자가 비록 있기는 하나 실체가 아닌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참 공덕인가?”
“청정하고 원만한 밝은 지혜를 얻는 공덕이 참된 것이니, 이것은 세속의 공덕으로 얻지 못한다.”
다시 무제가 물었다.
“불법의 가장 거룩한 근본 뜻이 무엇인가?”
“근본 자체가 공적하여 거룩한 것까지도 없다.”
“그러면 나를 대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모른다.”
중국 포교의 대망을 안고 항해 3년의 신고(辛苦)를 거쳐 목적의 땅에 도착했을 때 불심천자 양무제의 부름을 받은 달마로서는 기쁨이 매우 컸을 것이다. 그러나 달마의 부푼 희망과는 달리 실제로 무제를 만나고 나서 기연(機緣)이 맞지 않음을 확인했을 때 낙담도 컸으리라.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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