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배우기/♣ 불교 상식

불교설화 - 산비둘기를 사랑한 스님

아산 보문사 2016. 9. 11. 13:53

산비둘기를 사랑한 스님

 

진달래꽃이 산자락에 군데군데 피어 있었어요.

암자 앞 절벽에도 진달래 한 그루가 환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진달래는 바로 옆에 선 소나무에게 '봄이야. 봄이 왔어.' 하고 속삭였어요.

 

솔방울을 매단 소나무는 바람이 불자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무꾼이 지게를 받쳐 놓고 반달이에게 진달래꽃을 주었어요.

 

그러자 반달이 볼에도 진달래 꽃물이 들었어요.

반달이는 곧잘 볼이 붉어지는 아이였어요.

나무꾼은 한 손에 아기 새를 들고 있었어요.

 

반쯤 눈을 뜬 아기 새였어요. 아기 새는 날지 못하고 나무꾼 손에서 파닥거렸어요. 반달이가 물었어요.

 

"아저씨 무슨 새에요?"

", 저기 숲 그늘에서 주워온 아기 산비둘기란다. 날개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더구나."

 

"엄마 새가 찾고 있을 거예요."

"나무를 하면서 한 나절을 기다렸지만 엄마 새가 나타나지 않더구나."

반달이는 걱정이 되어 암자 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성철스님에게 갔어요.

 

"스님, 엄마 잃은 아기 산비둘기가 있어요.

날개를 다친 아기 산비둘기예요."

"어디 있니?"

"나무꾼 아저씨가 들고 있어요."

 

성철스님은 밖으로 나와 나무꾼에게 다가갔어요.

나무꾼이 스님에게 인사하며 말했어요.

"그대로 두면 죽고 말 것 같아 이렇게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산비둘기 새끼라면 내가 잘 키우지요. 내게 주시오."

반달이가 끼어 들어들었어요.

"스님, 산비둘기를 길러 보았어요?"

"그럼. 이곳에 오기 전에 작은 암자 방에서 산비둘기와 함께 살았단다."

 

반달이는 성철스님이 은근히 좋아졌어요.

무뚝뚝하고 무섭기만 했는데 산비둘기와 친구처럼 살았다니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반달이 눈이 반짝이자 스님이 미소를 지었어요.

다음 날부터 성철스님과 반달이는 아기 산비둘기를 키웠어요.

반달이가 콩을 물에 불려 가져오면 성철스님은 불린 콩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아기 산비둘기에게 먹였어요.

 

성철스님은 산비둘기가 구구구 하고 소리 낸다며 '구구보살'이라고 불렀어요.

 

아기 산비둘기는 처음부터 물에 불려서 으깬 콩을 잘 먹지는 않았어요.

삼키지 않고 부리 밖으로 흘리기만 했어요.

 

"콩이 맛이 없나봐요. 다른 것을 먹여요."

 

"구구보살은 콩을 가장 좋아한단다. 몸이 나으면 잘 먹게 될 거야."

"언제 다 나아요?"

"날개를 파닥이는 것을 보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다. 차츰 나아질 게다."

 

아기 산비둘기는 성철스님 말대로 이틀 밤을 보내고 나서 차츰 기운을 냈어요.

잘게 으깬 콩을 천천히 받아먹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성철스님의 손가락만 보아도 더 달라고 소리를 쳤어요.

아기 산비둘기는 하얀 똥을 자주 쌌어요.

 

그러면 반달이는 걸레 가지고 와서 닦았어요.

그때부터 반달이는 아기 산비둘기가 귀찮았어요.

계곡 아래로 흐르는 개울로 내려가 걸레를 빨고는 했으니까요.

이윽고 반달이는 꾀를 하나 내었어요.

'아기 산비둘기를 엄마 산비둘기에게 돌려주게 된다면 빨래를 안 해도 될 거야.'

 

반달이는 자나 깨나 방에 앉아 공부만 하는 성철스님에게 갔어요.

마침 암자 뒤에서는 어른 산비둘기가 구구구 하고 울고 있었어요.

 

"스님, 암자 뒤에서 산비둘기가 울고 있어요."

"그게 어쨌다는 거냐?"

"엄마 산비둘기인가 봐요. 아기 산비둘기를 돌려 달래요."

 

"허허허."

성철스님은 웃으며 밖으로 나왔어요. 반달이 말은 사실이었어요.

어른 산비둘기 한 마리가 나무 가지에 앉아서 구구구 소리 내어 울고 있었어요.

 

"엄마 구구보살이 아기 구구보살이 보고 싶어 온 것 같구나."

성철스님은 반달이에게 아기 산비둘기가 엄마 산비둘기에게 갈 수 있게 방문을 열도록 하였어요.

 

반달이는 방문을 열었어요. 그러나 아기 산비둘기는 나오지 않고 오히려 선반 위로 올라가 앉았어요.

 

반달이는 소리쳤어요.

"어서 나와. 네 엄마가 널 보고 싶어서 울고 있단 말이야. 어서 나오라니까."

 

그래도 아기 산비둘기는 선반 위에서 멀뚱멀뚱 반달이를 내려다보기만 했어요.

할 수 없이 반달이는 방으로 들어가 스님이 사용하는 긴 붓을 들고 아기 산비둘기를 쫓았어요.

 

아기 산비둘기는 밖으로 나가려다 다시 들어와 반달이 머리 위에 하얀 똥을 쌌어요.

 

반달이는 화가 나 씩씩거렸어요. 아기 산비둘기를 쫓으며 말했어요.

 

"넌 엄마가 싫니? 난 엄마가 보고 싶은데."

마침내 아기 산비둘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안을 한 바퀴 돌더니 나가버렸어요.

반달이는 휴우 하고 숨을 내쉬었어요.

 

이제부터는 걸레질을 안 해도 되었으니까요.

"스님, 아기 산비둘기가 어디로 날아갔어요?"

"저기 화장실 앞 감나무에 앉아 있구나. 우리와 헤어지기 싫은 모양이다."

 

그때부터 아기 산비둘기는 감나무 가지에서 살았어요.

아기 산비둘기는 아무 것도 먹으려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서 울기만 했어요.

 

반달이는 으깬 콩을 감나무 밑에 놓아주었지만 아기 산비둘기는 입도 대지 않았어요.

 

반달이는 아기 산비둘기를 방에서 내쫓을 것을 후회했어요.

할 수 없이 성철스님에게 가서 사정했어요.

"스님. 아기 산비둘기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울기만 해요."

 

성철스님은 모른 체하고 물었어요.

"엄마한테 가지 않고 아직도 감나무에 사는 모양이구나."

"그래요. 스님이 엄마인 줄 아나봐요."

"그럼. 어찌하면 좋겠느냐."

 

"암자에서 다시 함께 살아야 되겠어요."

"구구보살이 똥을 싸도 불평하지 않고 걸레질을 잘 할 수 있겠느냐."

"."

"구구보살을 쫓아낸 네 나쁜 마음까지도 걸레질을 할 수 있겠느냐."

"."

 

성철스님은 반달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요.

"그렇단다. 걸레질도 좋은 공부란다. 방바닥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닦아주니까 말이다."

아기 산비둘기는 성철스님이 방문을 열고 손짓을 하자 반갑게 날아왔어요.

반달이는 왜 아기 산비둘기가 스님만 따르는지 궁금했어요.

산비둘기는 성철스님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어요.

손님이 오면 성철스님의 어깨 위에 앉아 으시대기도 했어요.

 

하루는 반달이가 물었어요.

"구구보살은 왜 스님만 따라요? 나도 잘 대해주는데."

"진짜 동생이라고 생각하면 잘 따르게 될 거야."

"구구보살이 동생이 될 수 있어요?"

"동생처럼 잘 보살펴 주면 구구보살이 너를 형으로 생각하고 잘 따르게 될 거야."

 

성철스님 말대로 생각을 바꾸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어요.

콩을 물에 불리는 것도 귀찮지 않았어요.

아기 산비둘기의 똥을 걸레로 닦는 것도 싫지 않았어요.

아기 산비둘기가 머리에 똥을 싸도 밉지 않았어요.

동생이 장난치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으니까요.

 

아기 산비둘기도 반달이를 좋아했어요.

반달이 무릎에 올라앉아 쉬기도 했어요.

반달이는 산비둘기 동생이 생긴 뒤부터는 덜 심심했어요.

여름이 되자, 아기 산비둘기는 어른 산비둘기가 됐어요.

 

몸이 통통해졌고 고개가 의젓해졌어요. 콩도 이제는 으깰 필요가 없었어요.

밥상에는 산비둘기 그릇도 함께 올려 졌어요.

 

산비둘기는 작은 그릇에 콩을 한 줌 넣어주면 꼭꼭 쪼아 먹었어요.

 

어느 날 암자에 여자 손님이 찾아왔어요.

손님은 대학을 다니는 여학생이었어요.

 

성철스님은 손님에게 절을 받고 나더니 손님의 목을 바라보았어요.

손님의 목에는 금목걸이가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성철스님은 장난을 치고 싶었어요.

 

"금목걸이를 내게 좀 빌려주겠나?"

""

성철스님은 산비둘기를 불러 손에 앉혔어요.

"우리 구구보살도 금목걸이를 차고 싶겠다."

 

성철스님은 산비둘기 목에 금목걸이를 걸어 주었어요.

갑자기 목이 무거워진 산비둘기는 놀란 채 푸드덕거리다가 금목걸이를 걸고서 방을 나갔어요.

 

여자 손님이 울상을 지었어요. 마당 밖은 절벽이었어요.

산비둘기가 계곡에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금목걸이는 찾지 못할 수도 있었어요.

 

산비둘기는 암자 앞 계곡의 허공을 훨훨 날았어요.

여자 손님은 쩔쩔맸어요. 그러나 산비둘기는 금목걸이를 계곡에 떨어뜨리지 않았어요.

 

마당으로 날아온 산비둘기 목에는 여전히 금목걸이가 반짝거렸어요.

"스님, 산비둘기를 불러 주세요. 사실은 언니 목걸이를 몰래 차고나왔거든요.

다시는 언니 것을 욕심 내지 않을 게요."

 

"반달아, 금목걸이를 가져오너라. 이제는 돌려주어야지."

성철스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어요.

절벽 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에는 빨래처럼 생긴 흰 구름이 암자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가을이 가고 초겨울이 오자, 성철스님은 암자를 떠나려고 했어요.

그러나 반달이와 산비둘기는 암자에 남아야 했어요.

 

성철스님이 암자를 나설 때 반달이와 산비둘기는 계곡 아래까지 따라 내려왔어요.

그때 산비둘기는 성철스님 어깨 위에 앉아 있었어요.

성철스님은 반달이에게 미소를 짓고는 산비둘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요.

 

성철스님이 산비둘기에게 말했어요.

"바람이 차니 어서 암자로 돌아가거라. 내년 봄에 다시 돌아올게."

반달이는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했어요.

 

큰절까지 내려갔다가 스님이 버스를 타고 사라지자 그제야 암자로 향했어요.

몇 걸음 앞에서 날던 산비둘기가 구구구 하고 울었어요.

 

반달이는 이를 꼭 물었어요. 암자에 새로 온 젊은 스님이 있고, 산비둘기 동생이 있으니 내년 봄까지는 잘 참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반달이는 참았던 눈물을 산길 위에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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